오랜만에 책읽문(마음대로 줄여봅니다)을 포스팅하네요!
오늘 포스팅할 책은 한강의 소설이에요.
채식주의자는 아니구요! ㅎㅎ
#8 바람이 분다, 가라 - 한강
º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단짝 친구 이정희와 서인주는 그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어느 겨울 폭설 속 미시령 고개에서 서인주가 돌연한 죽음을 맞는다. 이정희는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인주와 외삼촌의 그림과 자료가 남겨진 작업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사진 한 장과 그 뒤에 적힌 암호 같은 메모에 의지해 이정희는 상담소 소장 류인섭의 존재를 알게 된다. 정희는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하고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한 젊은 여성 화가의 죽음을 신화화하고자 하는 미술평론가 강석원과 대립하며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데…….
yes24 소개글
<0>
생명이 꺼지면 영혼은 고통 없는 곳으로 간다는 말을 당신은 믿습니까. 그 믿음에 의지해 때로 삶들은 피 흘리는 동료, 신음하는 개를 앞당겨 죽입니다. 하지만 사실일까요. 전장에서, 동물병원에서 그들의 고통을 사라지게 할 때, 정말 사라지는 것은 그들을 지켜보던 우리의 고통 아닐까요.
<1>
내 아픈 곳은 달의 뒷면 같은 데예요. 피 흘리는 곳도, 아무는 곳도, 짓무르고 덧나는 곳, 썩어가는 곳도 거기예요.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아요
<2>
삶 쪽으로 바람이 분다, 가라, 기어가라, 기어가라, 어떻게든지 가라.
“이런 바람이 불면 말이야.
이만큼의 습기를 품은 바람이, 이만큼의 세기로 불면 말이야……
혈관 속으로 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져. 모든 것이 커다란 전체로
느껴져. 언제고 내 다리를…… 단박에 목숨까지 꿰뚫을 수 있는 삶을 지금
살아내고 있다는 게, 무섭도록 분명하게 느껴져.“
<3>
이모가 고래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고래는,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지 않는대. 작살을 맞으면, 워낙 커서 바로 죽지 않는다 해도, 계속 계속 피를 흘리면서 다니다가 나중에 죽는대. 이 세상 고래들은 전부 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병에 걸렸대.
<4>
어떤 관계는 고인 물처럼 시간과 함께 썩어간다는 것을, 거기 몸을 담근 사람까지 서서히 썩어가게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5>
불안 때문이야...... 불안을 알아? 진짜 불안이 뭔지 알아? 돈, 빌어먹을 추위. 가망 없는 그 애의 병. 내가 인간이라는 거, 이 모든 걸, 빌어먹을 누구와도 나눠서 짐 질 수 없다는 거.
<6>
모든 별은 태어나서 존재하다가 죽는다. 그것은 별의 생리이자 운명이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모든 물질은 별로부터 왔다. 별들과 같은 생리와 운명을 배고 태어난 인간은 별들과 마찬가지로 존재하다가 죽는다. 다른 것은 생애의 길이뿐이다.
<7>
성스러움이란 뭘까,
가끔 생각해. 이 세계에는 없는 것...... 우묵하게 파이고 구멍 뚫린 윤곽으로만 가까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것 아닐까. 장님처럼 우린 그 가장자릴 더듬으면서 걸어가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인파에 떠밀려 지하철을 탈 때, 혼잡한 환승 구간을 어깨로 헤치며 나아갈 때, 매표구 앞에서 길고 무질서한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릴 때 난 성스러움을 느껴. 인간을 믿을 수 없어질 때, 흉포한 모서리가 가슴을 찢고 튀어나올 때 성스러움을 느껴. 차가운 장판 바닥에, 씻지도 않고 코트도 안 벗고 웅크리고 누워서 내 안의 모된 부분을 들여다볼 때, 영원히 망가졌거나 무서져버린 그것들을 들여다볼 때 성스러움을 느껴. 어떤 종교 서적에서도 아니고, 신앙 회합의 자리에서도 아니고, 예배당도 고적한 기도처도 아니고.... 너덜너덜 찢어진 이 삶 가운데서.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한 문장을 4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의 소설로 풀어낸 듯한 소설입니다. 한강의 소설은 늘 부슬비에 젖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정신을 차리고나면 이미 홀딱 젖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