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지...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정도는 읽어보지 않았겠니."
그런 소리를 듣고 찾아서 읽었던 책. 쒸익... 사실 일본 소설은 하루키나 에쿠니 가오리를 제외하곤 잘 읽지 않는다. 싫다기보다는 묘하게 잘 안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대학 동기가 일본 소설을 참 좋아해서 매일 같이 추천해줬는데 입맛에 맞는게 없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런고로 모처럼 읽었던 일본소설. 엄청나게 대단할 줄 알았으나 작품 내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후져서 기분이 상했고, 무엇보다도 그냥 근사하게 잘 쓴.... 일기장 같은 느낌이었다 (소설 교수님이 소설은 일기가 아니니 일기 쓰고 싶으면 집에서 혼자 쓰라고 했는데... 잘쓴 일기는 예외가 되는 듯 합니다. )
그런데 의외로 언젠가 또 읽을 것 같다. 친구가 '중2력'이라고 불렀던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 때문인듯.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자네가 나를 매장하는 거겠지.'
'너는 너 자신의 끔찍함, 기괴함, 악랄함, 능청맞음, 요괴성을 알아라!'
갖가지 말이 가슴속에서 교차했습니다만, 저는 다만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진땀 나네. 진땀.'하고 웃을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근데 사실 내용보다도 이 표지가 더 기억에 남았다.
에곤 쉴레의 자화상.
언젠가 카페에 걸린 그림보고 에곤 쉴레 이름이 기억 안나서 "인간 실격...!" 해버렸던 부끄러운 기억. 이제 저 그림을 보면 자연스럽게 인간실격이 떠오르게 되었다. 작가의 불안정한 정신상태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소설과 잘 어울리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