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 글귀가 한동안 내 친구 프사였다. 물어보니 어딘가의 속담이라고 말했다. 이 글귀를 노트에 적으며, 이게 내 인생에 가장 필요한 문장이었음을 인정했다.
무언가를 말하려 할때 고심하는 버릇이 생긴 건 이쯤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머리를 거치지 않고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그때 내 주변에는 그런 식으로 혀를 놀리는 애들밖에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상처입으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상처입히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그게 솔직하고 쿨하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랬다.
그러다보니 어느날 '빙썅'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빙그레 썅년'이라는 뜻이다. 웃으면서 막말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내가 정말로 그랬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매우 열심히 빙썅으로 살았다. 그땐 그게 편했다. 별 생각없이 말하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내 말에 누군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마치 영화의 어떤 대사처럼,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편하고 다정한 친구들이었다. 그런 친구들은 정말 내 인생에 별로 없었다... 너무 좋아서, 그들이 내게서 빙썅의 냄새를 맡고 도망가진 않을까 두렵기까지 했다.(진짜로!)
그래서 저 글귀를 친구가 프사로 했을 때, 그 친구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양심이란게 아주 깊숙히 찔린 기분이었다.
나는 저 글귀를 일기장에 적고, 그 옆에는 '말조심!' 이라고 크게 썼다. 그리고 별을 한 백개쯤 그렸다. 그렇게 어떤 말을 하기 전, 내가 할 말이 침묵보다 나은지 따져보는 습관이 새롭게 생겼다.
말이 흉기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안다. 말이 만든 상처는 잘 낫지 않는다. 사나운 학창시절 내가 받았던 상처들이 아직도 선명하듯, 내가 남들에게 남겼을 말의 상처 또한 그렇게 남아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건 참 이상하게 생겨먹어서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의도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상처 받고 상처를 준다. 그렇지만 조금은 덜 날카로울 수는 있겠지... 다정한 혀를 갖고 싶다. 내가 말을 할 때, 그 말이 침묵보다 나은 것이었으면 한다.
일기장에 적은 또 다른 문장.
"말하기 전에 세 황금문을 지나게 하라.
다 좁은 문들이다.
첫째 문은 '그것은 참말이냐?'
그리고 둘째 문은'그것은 필요한 말이냐?'
마지막이자 가장 좁은 세번째 문은'그것은 친절한 말이냐?'
그 세 문을 지나왔거든 그 말의 결과가 어찌 될 것인가 염려말고 크게 외쳐라."
-데이의 세 황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