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읽고 싶어지는 문장들 #3]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dorable(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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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도러블이에요
책이 읽고 싶어지는 문장들 3번째.
오늘의 책은 이것입니다.

#3 쇼코의 미소 - 최은영

  •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된 최은영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갈 수 있는 정밀한 물매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들을 바로 그 '사람의 자리'로 이끈다.
    《알라딘 소개글 발췌》

이 소설은 일상적인, 그래서 더욱 서글퍼지고 마는 사람들에 대해 씁니다.
추잡한 맨낯을 선연하게 드러낸 현실을
섬세하고 담담하게 서술하는 작가의 문장이 인상적이에요.
특히 작가 본인의 감상일 듯한 '창작인'에 대한
현실적인 시선이 많이 드러나 있어서
읽으면서 공감했던 소설이랍니다.

<1>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나로부터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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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나로부터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늘 돈에 쫓겼고, 학원 일과 과외 자리를 잡기 위해서 애를 썼으며 돈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이미 직장에서 대리급이 된 친구들과는 돈 씀씀이가 확연히 달라졌고 그 애들은 내가 밥값도 내지 못하게 했다. 친구들의 배려였지만, 그런 작은 일들 하나하나가 자존심을 긁었다.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친구들은 주말이면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다녔고, 틈틈이 책을 읽었지만 나의 독서량은 그애들보다도 빈약했다.
반면 영화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늘 그들의 재능과 나의 재능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휩싸였다. 영감은 고갈되었고 매일매일 괴물 같은 자의식만 몸집을 키웠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알코올중독자가 된 감독 지망생과,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야근 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시나리오작가 지망생을 보며 내가 그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영화 일이 꿈이었다면, 그래서 내가 꿈을 좇았다면 나는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감독이 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나 자신도 설득할 수 없는 영화에 타인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바라는 건 착각이었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죽어버린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영화판에서 비중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 그토록 싫어했던 제도권 교육 안에서 나는 얼마간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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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쓸때는 하루 웃었다 하루 울었다 했다. 하루는 글이 써진다고, 이만하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다가 다음날에는 전날 쓴 글을 버리고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꾸준히 써야 한다고들 말했다. 적어도 오 년은 꾸준히 썼지만 글이 늘지 않았다. 평생을 써도 아무런 의미 없는 장면들만 만들어내리라는 공포가 근육을 굳게 했다.

창작을 하는 분들은 모두 이 문단에서 공감하셨겠죠^^
글 쓰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내가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 능동적인 사람은 더더군다나 아니며 암기식 교육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토록 싫어했던 제도권 교육 안에서 나는 얼마간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3> 눈을 뜨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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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단단한 땅도 결국 흘러가는 맨틀 위에 불완전하게 떠있는 판자 같은 것이니까. 그런 불확실함에 두 발을 내딛고 있는 주제에. 그런 사람인 주제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그리고... 작가의 말

"십대와 이십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고 부당하게 대했던 것에 대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애에게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 주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따뜻하고 밝은 곳에 데려가서 그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그렇게 겁이 많은데도 용기를 내줘서,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
/ 최은영

작가의 말을 오래 붙들고 있었어요.
저는 아직 이십대지만, 스스로에게 많이 모질었어요.
이제는 저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과거의, 어제의, 지금의 자신에게 모질진 않았나요?
너는 이래서 안돼, 좀더 열심히 살아야지, 스스로 채찍질 하진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