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가득하다. 사실 부근에 화장터 및 장례식장이 들어선단 이야기는 몇년 전부터 있었고 현수막들도 예전부터 존재했었다.
이 반대 현수막들은 우리 애들이 장례식장 근처에 살면 뭘 보고 배우겠냐며 결사반대한다는 내용이 중심인데 대체 아이들 교육과 장례식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전혀 납득할 수 없고, 노랑 빨강 검정으로 섬뜩하게 쓴 장례식장이라는 글씨만이 무언의 압박을 주는 듯 하다.
아무리 찬찬히 생각해봐도 장례식장과 아이교육의 상관관계는 오직 어릴 때 교과서에 수록되어있던 맹모삼천지교의 일화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논리적 상관관계도 없고 검증도 없고 심지어 진실 여부도 알 수 없는 맹자의 어머니라는 가상의 인물이 그랬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장례식장과 교육을 상극으로 놓는 건가...
그렇게 따지면 정육집 치킨집 시장상인 피시방 주인 술집 등등은 왜 혐오시설이 아닐까
맹모의 일화에서는 자식이 백정 흉내를 낸다던가 상인 흉내를 낸다던가 하는 것까지 천한 직업의 범주에 놓았는데. 조금만 확장시켜 생각해보면 자기들이 엄청난 직업적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텐데 왜 유독 장례식장에 질겁을 하는 것인지
내 편협하고 싸가지없는 소견으로는, 자기가 직접 하고싶은 것도 없고 그저 동네에서 보고 들리는 것이나 따라하고 노는 수준의 아이라면 성인이 되어 장례식장 운영업자나 장례 매니저가 된다던가 하는 등의 직업을 가지기만 해도 인생이 꽤 잘 풀린 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동네에서 병원이랑 같이 영업하지 않는 그냥 사설 장례식장을 본 적이 있다. 매우 아무렇지도 않게 생겼다. 시체만 드나들거같이 생긴 음습한 입구도 없고, 까맣고 칙칙한 그 어떤 것도 없고 울면서 드나드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간판에 장례식장이라고 쓰인 평범한 건물일 뿐이었다. 여자 나오는 술집, 마사지 하는 술집, 뭘 파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는 알록달록하고 요상꾸리한 요리집들 사이에 깔끔한 간판을 한 장례식장이 하나 끼어있는다고 뭐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한편으론 사람이 계속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지나다닐때마다 봐야하서 불쾌한건가?
어떤 남성들은 돈을 주고 여성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지나다닐때마다 보는게 더 불쾌한가 아니면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걸 보는게 더 불쾌한가?
죽은 사람 시체가 동네에 계속 왔다갔다 하는게 그렇게 싫어?
그렇게 싫은가보다. 괜히 애들 운운하면서 교육에 안좋다고 하는건... 나에겐 설득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