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음악 [십자가의 전달자]

Words
596
Reading
3 min
Listen
Play
8y

오늘은 뭘 올릴까 하다가... 요즘 졸업곡때문에 바쁘고 그래서 이번에는 연주했던 동영상을 가져왔습니다.
이런 노래는 귀에 익숙 하실꺼에요.
그렇지만 이러한 접근과 해석은 전혀 익숙치가 않으실텐데요

교회 다니시는 분들한테는 꽤 익숙한 곡이죠? 워낙 유명하고
진짜 탑1로 유명한 '사명' 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곡이라 두 곡이 자주 비슷한 선상에서 화제되곤 합니다.

저는 저기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임니다.

이 십자가의 전달자는 치명적인 결함..까지라고 하기엔 작곡가 분에게 너무 죄송하고
치명적인 표현의 어려움이 있어요.

메인 '훅'이라고 표현하죠. 대중 가요에서는 ㅋㅋ 메인 주제의 가사가 너무 표현하기 어렵게 붙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보통 4/4박을 가진 음악에서 강 약 중강 약 이라는 강세의 표현을 마니 들어보셨을거에요.
음악시간에 거의 세뇌 수준으로 외우게 시키죠 ㅎㅎ
요즘은 어떤 음악이던지 강 약 중강 약으로 강세를 주지 않도록 처리를 하는게 자연스럽다는 추세이긴 한데요
그래도 옛날부터 옛날 샘들에게 잘못된 방법으로 배운 사람들은 아직도 가사나 프레이징을 생각하지 않고 강 약 중강 약을 붙이곤 해요
이 강 약 중강 약에 따라 십자가의 전달자를 부르게 되면
"살아 도주를 위해, 죽어 도주를 위해" 라고 들리게 됩니다. ㅋㅋ
주를 위하는 것이지, 도주를 위하는 것이 아니죠....

그래서 지휘자님은 '주' 앞의 'ㅈ'를 한번 더 씹어서 프레이징을 살짝 구분하는 작업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셨답니다.
살아도 주를 위해 죽어도 주를 위해!
제대로 가사가 들리게끔 말이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살아 도주를위해 (숨쉼) 죽어 도주를위해" 라고 부르는데요
이 곡에서는 "살아도 주를위해- 죽어도 주를위해" 까지를 숨을 쉬지 않고 이어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건 지휘자님한테 직접 묻지는 않았는데요
아마 "살아도 주를 위해, 죽어도 주를 위해" 라는 가사가 가진 2개의 구가 대비되어야지만 한 문장의 의도가 되어
어떤 상황에서든 주를 위한다는 의도가 완성된다고 해석했던 것 같아요.
(뭐 그런 생각 안했다고 해도 멋진 해석이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2개의 구가 분리되면 뭔가 위해, 위해! 라는 약간 행진곡 같은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뭘 자꾸 위해야 된다는 건 강조되는데 위해서 무슨 행동을 한다는 것은 드러나지 않으니까 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레이징이 짧아지는 느낌도 들고요
굳이 문학적인 해석을 가져오지 않아도 프레이징을 이어서 살짝 몰아가는 것이 음악적으로 훨씬 드라마틱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곡에서는 '내안에 주만 사시는 것' 이라는 가사가 3번 등장하는데
그 3번의 캐릭터를 다 다르게 가져가도록 작업하는 것도 꽤 많이 공들였던 부분입니다.

첫 번째 등장하는 '내안에 주만 사시는 것'은 서정적으로 처리해서 알토의 서스테인-해결을 예쁘게 살렸고요
그 뒤에 이어지는 바이올린 선율의 장조성의 느낌과도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 왜 갑자기 장조성의 간주가 나왔는지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십자가의 전달자는 편곡이 워낙 여러 버전이라 저도 이런 간주가 붙은 버전은 처음 보았습니다)

두 번째 등장하는 '내안에 주만' 은 그 다음에 좀 무겁고 와이드한 텍스쳐로 가져가기 때문에 하나하나씩 분리해서 힘을 주었어요.
그 부분을 연주할 때 저를 잘 보시면 제가 힘을 좀 실어주기 위해서 음을 분리해서 따박따박 치고 있는걸 볼 수가 있어요.

세 번째 등장하는 '내안에 주만' 은 두 번째랑 비슷하긴 한데 좀 더 거친 느낌으로 열도록 했습니다

반주에서 어려웠던 점은..
저게 왼손이 계속 장장~ 장 장장~ 장 을 반복해요;;;;;
보통 하나의 반주 모티브를 연속으로 등장시키진 않는데, 저기선 두번인가 연속해서 나오거든요.
그래서 제가 반복될 때 지루함을 피하고 싶었는지 저도 모르게 템포를 자꾸 살짝 땡겨 가져가려고 해서
주의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ㅋㅋ
이럴 때 저는 템포를 잡기 위해서 노래를 같이 불러요.
제가 어느 순간 노래 부르는 시늉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마지막에 '전하리' 하며 클라이막스로 가는 부분에서
왼손을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다가 나중에 엄청 무겁고 와이드하게 가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걸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그 전날부터 아주 덜덜 떨고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요
결국 연주를 들어보면 점점 성장하는 것은 제대로 표현했지만 뒷부분의 파워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서
첫 부분에 16분음표를 무겁게 가져갔어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가져가버려서
망한........
망한거죠
ㅎㅎ
;;; 담에는 더 잘해야지

디렉팅에 관한 것은 모두 지휘자님의 아이디어 대로 작업했구요
저는 반주자의 입장에서 그 아이디어들에 매우 공감하는 편이라 제멋대로 이렇게 해석을 달아 글을 써보았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성가대 수 만큼의 십자가의 전달자들이 있겠지만
이렇게 제가 공감할 수 있는 디테일들을 가지고 작업한 십자가의 전달자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