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예상될지라도 충분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도전하라 - 엘론 머스크 (출처 : 네이버 포스트)
앞에서 텝스는 어떤 영어시험이고 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썰을 풀었습니다. 사실 1, 2부는 서로 연관된 느낌이 강했죠. (혹시 보시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선 방향을 좀 돌려서 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합니다. 제가 텝스에 도전한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3부부터는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분께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적어보겠습니다.
[텝스썰] 1부 - TEPS란 어떤 영어시험인가? (https://steemkr.com/kr/@defensorspes/1-teps)
[텝스썰] 2부 - New TEPS, 영어시험으로서의 미래는? (https://steemkr.com/kr/@defensorspes/2-new-teps)
[텝스썰] 3부 - 나의 영어시험 TEPS 도전기
[텝스썰] 4부 - TEPS로 영어 익히기
[텝스썰] 5부 - 영어시험 TEPS의 문제풀이 전략
먼저 영어에 대한 기존 경험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실 저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게 수능이 처음이었습니다. 수능에서는 운좋게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그 이후로 대학에 입학해서 영어를 놓고 살았죠. 영어권 국가에 잠깐이라도 여행을 갔다 왔다면 몰라도, 저는 영어권 국가로 놀러 간 적도 없거든요. (우연하게도 그나마 가본 해외가 모두 아시아였네요)
그러다 대학교 졸업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영어시험 성적이 필요하다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영어시험을 보기로 했는데, 제가 수능 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수능과 유사하다던 텝스를 보기로 했습니다. 자신 있게 공부도 안 하고 시험을 치렀죠. 그런데 결과가 600점이 나왔어요. 솔직히 그거보단 더 나올 줄 알았습니다. 기분이 좀 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졸업을 위한 최소 점수는 되더군요. 또 볼 일 없겠다 싶어서 좋았습니다.
몇년이 흘렀고, 뜻밖에 저는 다시 텝스를 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선발시험이 있었는데, 영어시험으로 오직 텝스만 받더군요. 선발시험에서 텝스의 영향력은 굉장히 컸고 상대평가였기 때문에 정해진 최소 합격 점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대학원생이라 학기 중엔 남는 시간인 늦은 저녁때만 공부할 수 있었고, 방학 땐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서 비교적 자유롭게 영어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1년 넘게 텝스를 준비했고, 올 4월에 마지막 텝스를 보고 선발시험에 지원했습니다. 사실 저는 합격권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상대평가인 만큼 떨어질 가능성도 있긴 해요. 그래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서 떨어지면 슬프겠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점수대별 제가 겪었던 경험담을 말씀드릴게요.
[600점대] (신텝스 300점 초반대 ~ 후반대)
텝스를 몇 년 만에 제대로 준비해서 보기로 했습니다. 서점에서 해커스텝스 Listening 빨간책(일명 빨갱이), Reading 파란책(일명 파랭이)을 새로 샀고, 집에 굴러다니던 해커스텝스 Vocabulary 노란책(일명 노랭이)를 제 방으로 가져왔습니다. 기본적인 교재는 다 갖춘 셈이죠. 이때는 텝스 문제 유형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도 없었기에, 일단 제일 어려울 것 같은 듣기책 빨갱이를 잡아들고 인강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빨갱이만 인강 듣고 복습하고 시험을 봤는데, 확실히 준비를 하고 시험을 보니 그래도 600보단 높은 643점이 나오더군요. 이때는 백지상태에서 하나씩 채워나가는 과정이었기에 금방 금방 오를 것 같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700점 초반대] (신텝스 300점 후반대 ~ 400점)
빨갱이를 풀면서, 이제 파랭이와 노랭이도 함께 보기 시작했습니다. 파랭이는 역시 인강과 함께 공부를 했고, 노랭이는 제가 책 구성과 예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스마트폰 앱 단어장에 하나하나 옮겨 적으면서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빨갱이, 파랭이, 노랭이를 보면서 한 달 정도가 흘렀습니다. 점수가 또 오르더군요. 713점이 나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부하면 금방금방 느는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빨갱이, 파랭이, 노랭이를 여러 번 돌리고 슬슬 해커스 기출 1200제 2(일명 검댕이)까지 나아갔는데도, 그 이후로 5개월 간 점수는 710~720점대를 계속 제자리걸음 했습니다. 700점에 들어서니 인강은 하나도 도움되지 않았고, 오히려 강의의 틀린 부분이 제 눈에 보이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알고 보니 이때가 텝스의 1차 고비라더군요. 정말 정신이 온전치 않았고, 스트레스 때문에 '매핵기'라는 목에 뭔가 계속 걸린 것 같은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저는 계속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없나? 공부법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았고, 조금이라도 놓친 게 뭔지 파악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정말 부끄럽게도 제가 '소리'를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게 소리인데... 저는 당시 발음이나 말하기를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사실 발음이나 강세가 중요하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요. 근데 몸과 입은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었더군요.
그리고 그 깨달음은 정말 우연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느 날 듣기 영역 공부를 하는데, 그날따라 매일 듣던 쉬운 단어가 다르게 들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여태껏 [뉴스]라는 발음으로 듣던 'news'라는 단어가, 갑자기 [뉴-즈] 이렇게 들렸습니다. 이상해서 사전을 찾아봤는데, 정말로 발음이 [nu:z]로 기존에 제가 알던 발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제가 읽고 듣는 모든 단어 하나하나 발음과 강세 그리고 음절 수를 확인해가면서 다시 영어 소리를 익히고 말로 소리 내어 따라 했습니다. 그전엔 1분이면 읽던 한 문단이, 맨 처음 소리를 다시 익힐 때 하나하나 맞는지 신경 쓰면서 읽다 보니 몇 배는 시간이 더 걸리더군요. 이렇게 어휘 하나 하나를 다시 익히는 과정 속에서 영어 실력이 느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700점 후반대] (신텝스 400점 중반대)
깨달음과 함께 저는 넥서스텝스 최신기출 1, 2를 풀면서 저만의 풀이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듣기 점수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읽기는 풀이 순서를 바꾸고 문제 푸는 연습을 했더니 크게 올랐습니다. 결국 읽기 점수를 토대로 5개월 정도 정체되던 점수가 한 달 정도 후 한 번에 789점으로 올랐는데, 확실히 제겐 듣기보단 읽기가 점수 올리기 좋은 영역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 이후로 2개월 간 받은 점수가 790~791점으로 기존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죠... 내가 또 놓치고 있는 게 있나? 그리고 영어에 대한 접근을 제가 너무 시험으로만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영어 기사나 영어 소설을 읽고, 영어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받아쓰기를 하고, 영어로 일기를 쓰는 등 다각도로 접근하기 시작했어요.
[800점 초중반대] (신텝스 400점 중반대 ~ 400점 후반대)
그런 노력이 결실 맺은 건지 아니면 그냥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 점수가 오른지는 모르겠어요. 새로운 교재로는 넥서스 텝스 기출3을 풀었는데, 한 달 후 읽기 점수가 급격하게 올라 829점으로 드디어 800점대를 달성했습니다. 읽기 영역에서 396점 만점에 380점대를 달성했거든요. 하지만 듣기 점수는 오히려 떨어졌죠. 점수를 더 올리기 위해선 듣기 영역에 올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반복과 집중. 제가 공부한 기출문제집이 해커스 1권, 넥서스 3권인데, 이 문제집들의 모든 듣기 문제 중 들리는 문장은 지우고, 안 들리는 문장만 모아서 각 회별로 mp3 파일을 새로 만들었어요. 사실 이 방법은 해커스텝스 게시판에 누군가가 올렸던 걸 본 게 기억나서 저도 똑같이 따라 했는데, 굉장히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일단 들리는 문장을 잘라내고 안 들리는 문장을 한 데 모으는 과정 자체가 받아쓰기하는 만큼의 효과를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 들리는 문장을 모은 mp3 파일만 들으면 효율적으로 복습을 반복할 수 있고요. 이렇게 모은 mp3를 반복적으로 듣고, 추가적으로 듣기 영역 풀이 방법도 다르게 바꿔봤어요.
그리고 제가 볼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인 올 4월 시험에서 최고점인 836점을 맞았습니다. 이때 읽기 영역 시간 분배에 실패해서 4~5문제 정도를 못 풀었는데 그게 참 아쉽네요.... 그래도 듣기에 대해서 노력했던 게 결실을 맺었는지 항상 300점 근처에서 머무르던 점수가 처음으로 320점대로 올랐습니다. 마지막 시험에서 최고점을 찍었다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제가 준비하는 선발시험에 합격하면 좋겠지만 떨어지더라도, 목표로 했던 점수는 800점 이상의 1등급이기 때문에 이 점수도 만족합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제 (구)텝스 도전기를 점수대 별로 살펴봤는데요. 신텝스가 아직 실시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점수 변환표를 보고 신텝스의 점수대도 함께 적어두었습니다. 앞으로 텝스에 도전하는 분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제가 크게 점수를 올린 계기를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영어 어휘를 발음, 음절 수, 강세까지 정확히 말하면서 익히기',
'나만의 텝스 문제 풀이 전략 개발',
'영어 공부 영화, 소설, 일기 등 다각도로 접근하기(?)',
'안 들리는 소리만 모아 반복 듣기'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영어 공부법, 영어 공부에 도움되는 도구, 텝스 추천 교재, 텝스 문제 풀이 전략 등도 다음 4, 5부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킵하셨더라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