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텝스썰] 2부 - New TEPS, 영어시험으로서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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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영어시험 텝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했는데요. 이번에는 텝스란 시험이 어떤지 본격적으로 썰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혹시 지난 1부 내용을 보시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남은 글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텝스썰] 1부 - TEPS란 어떤 영어시험인가? (https://steemkr.com/kr/@defensorspes/1-teps)
[텝스썰] 2부 - New TEPS, 영어시험으로서의 미래는?
[텝스썰] 3부 - 나의 영어시험 TEPS 도전기
[텝스썰] 4부 - TEPS로 영어 익히기
[텝스썰] 5부 - 영어시험 TEPS의 문제풀이 전략

먼저 이번 5월에 새롭게 변경될 New TEPS(이하 신텝스)를 이야기하기 전에 올 4월까지 치러졌던 텝스(이하 구텝스)부터 이야기해볼까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구텝스의 단점부터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구텝스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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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 노력 대비 얻는 성적은 초라하다.

우리나라에서 영어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주로 왜일까요? 대부분은 졸업과 취업을 위해서일 겁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영어시험은 빠르게 성적을 올릴 수 있으면서 동시에 널리 인정받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닐까요. 근데 그런 시험이 있습니다. 토익이죠. 토종 한국인 기준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90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시험입니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그럼 텝스는 어떨까요? 일단 시험 유형과 풀이에만 익숙해지는데 평균 3개월 이상은 걸립니다. 그리고 토종 한국인 기준으로 텝스에서 800점 이상의 높은 성적을 얻으려면 평균 1년은 잡아야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밑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만큼 노력해서 고득점을 달성하면 인정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토익보다 훨씬 공신력이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텝스 850점이 토익 만점 맞는 것보다 결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도, 점수 환산표로 변환해보면 텝스 850점은 토익 945점으로 변환됩니다. (https://www.teps.or.kr/InfoBoard/ConversionTable#) 노력해봤자 인정도 안 해주는데 굳이 텝스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점수 체계 자체도 990점으로 똑같아서 오해받기도 쉬운데, 실제 난이도보다 환산도 적게 되니 졸업 혹은 취업을 위해선 딱히 볼 이유가 없습니다.

  • 문제가 더럽다.

다소 자극적인 말이지만 텝스의 일부 문제 유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텝스 역시 그 특유의 한국식 헷갈림과 지엽적인 스타일의 문제를 출제하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은 텝스의 듣기와 읽기 영역입니다.

1부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텝스의 듣기는 영어시험에 기억력 검사까지 추가된 느낌입니다. Part 3, 4의 30문항 중에는 긴 대화(성우 둘이 나누는 일상 이야기) 혹은 담화(성우 혼자 아나운서처럼 글을 읽음)를 듣고 이중에 맞는 문장을 가려내는 10문항이 있습니다. 이 문항들은 처음에 대화 혹은 담화를 2회 들려주고, 마지막에 답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1회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굉장히 지엽적이고 더럽게 출제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가 어떻게 나오는지 설명해드리죠.

담화)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3살 때 한국으로 건너왔고 이후 서울에서 쭉 자랐다. 15살이 됐을 때의 난 우연히 팝송을 듣고 미국을 동경하기 시작했고, 17살부터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는 걸 꿈꿨다. 결국 2008년 19살이 되던 해, 꿈을 이뤄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고, 40살이 된 지금의 난 완전한 미국인이다.

문제) 담화에 따라 옳은 것은 무엇인가?

a)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쭉 자랐다. (X)
b) 15살에 의도적으로 팝송을 찾아 듣고 미국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X)
c) 19살부터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는 걸 꿈꿨다. (X)
d) 이제 나는 내가 태어났던 나라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O)

최대한 실제 시험과 비슷하게 즉석에서 만들어봤습니다. 이런 내용이 영어로 나오면 다 들려도 막상 답을 못 고르고 앞에서 뭐라고 했지? 하면서 당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Part 3, 4를 풀 때는 간단한 필기와 함께 기억력을 극대화하는 게 필수인데, 이를 위해선 상당한 언어능력 혹은 그게 아니라면 시험에 대한 연습이 요구됩니다. 그게 바로 위에서 텝스에 익숙해지는데 약 3개월은 걸린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읽기 영역은 어떨까요? 역시 똑같은 유형의 문제가 약 10문제 출제됩니다. 읽기니까 정확히 읽는 걸 확인하는 시력검사로 변하는 느낌입니다. 안 그래도 40문항에 45분이라 1분에 1문제 정도를 풀어야 되는 읽기 영역인데, 고도의 침착함과 정확히 분별할 수 있는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이밖에도 듣기와 읽기 영역 모두에 논리적 비약으로 틀리게 유도하는 선택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따라 빨리 잠들고 싶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라는 주제로 문제가 나왔습니다. 만약 선지에 '피곤한 글쓴이의 잠'이 나온다면, 이 선지는 틀렸습니다. 답은 '빨리 자고 싶은 글쓴이'이며, 피곤하다는 사실은 비약이니까요. 물론 막상 이렇게 보면 별 거 아니다 싶죠. 하지만 선택지에 가장 어려운 어휘를 두는 텝스이기에, 이렇게 쓰여 있으면... 정말 헷갈립니다. (GG치고 싶어 져요) 그나마 이건 언어 시험이니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영어를 잘해도 언어에 약한 사람은 틀리겠구나 싶은 문제가 많다 보니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회차별 점수 차이가 심하다.

최근 텝스 응시자들 사이에선 모든 회차의 시험을 보는 것이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텝스 유형을 익히기 위한 것도 있지만, 흔히 말하는 대박달과 쪽박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점수가 잘 나오는 회차가 있고, 짜게 나오는 회차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텝스 고득점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시험을 놓치면 안 됩니다. 응시를 안 했던 달이 대박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대박달과 쪽박달을 경험했는데요... 특히 작년 2017년 2월부터 4월은 많은 응시자의 점수와 분포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동 실력 대비 50~150점 정도가 왔다 갔다 하는 말도 안 되는 기간이었습니다. (토익과 달리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 텝스의 성격을 생각해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사실 텝스가 자랑하는 것이 상대평가로 채점하는 문항 반응 이론인데요. 이 이론의 장점이 바로 회차에 상관없이 동등한 실력자가 동등한 점수를 얻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텝스는 토익을 대체할 굉장히 우수한 시험이라고 불렸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텝스 응시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서인지 채점방식의 문제인지 이 이론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소 텝스에 관한 답답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텝스의 장점도 많기에 이번엔 반대되는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구텝스의 좋은 점]

  • 영어 그 자체, 진심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

영어점수 아니면 영어실력, 이 중에서 얻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만약 후자라면 토익보단 텝스를 추천드립니다. 제 이야기를 살짝 하자면 사실 저는 영어시험에 대해 약간이나마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수능 영어에서 상위 1%였거든요. 저는 심지어 다 읽고 다 들리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문제 풀잇법이나 공부법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텝스를 공부하면서 저는 사실 영어를 잘 모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문제 풀잇법과 공부법을 엄청나게 연구했습니다. 점수가 한동안 안 올라서 어떻게 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제대로 된 영어 발음기호를 익히고,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고, 영어 애니메이션을 몇 번씩 반복해서 듣고 따라 말하고, 영어 기사를 찾아 읽고, 영어일기를 쓰기도 하는 등 말이죠. 그렇게 여러 방법을 찾으면서 영어를 더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고, 영어실력도 약간이나마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토익보단 상대적으로 텝스가 더 응시자의 영어 민낯을 제대로 까발린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실력 없이 점수를 올리기 힘든 영어시험이에요. 그러니 정말 영어를 시험이 아닌 영어로 익히면서 어느 정도 실력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 때 중간중간 나를 점검하는 용도로 텝스를 활용한다면, 텝스는 정말 가치 있는 시험이 되지 않을까요?

  • 응시료, 싸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토익은 44,500원, 텝스는 39,000원입니다.

  • 발표, 빠르다.

토익은 시험 후 발표가 19일 정도 걸리지만, 텝스는 10일 정도면 발표됩니다.

여기까지 텝스의 장점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밑에 두 사항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하면서 강력한 장점이기에 길게 쓰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신텝스에 대한 평과 개인적으로 텝스에 대해 바라는 점에 대해 말해볼게요.

[New TEPS?]

이번 4월까지 990점 만점에 200문항, 140분 시험의 구텝스가 다음달인 5월부터 600점 만점에 135문항, 105분으로 변경됩니다. 전체적으로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이 줄면서 응시자의 부담도 줄어들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점수 체계를 990점 만점에서 600점으로 바꾼 것도 아예 새롭게 토익과의 차이를 꾀한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토익점수와 텝스 점수를 똑같이 취급하는 사람이 없어질 것 같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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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문제 수가 줄어드는 만큼 변별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실제로 몇 회차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만 말이죠. 만약 변별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정말 금상첨화일 듯싶네요. (근데 문제 수와 시험시간이 줄어드는데... 응시료는 그대로네요? 왜죠...? 시험 시간이 25% 줄었으니 응시료도 29,250원에서 조금 양보해 30,000원으로 딱 떨어지면 좋을 텐데 말이죠)

문제 유형의 경우 토익과 유사한 1지문 2문항 방식의 문제가 듣기와 읽기 영역에 일부 새롭게 추가됩니다. 텝스의 독창성이던 1지문 1문항 원칙을 깬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네요. 텝스의 매 새로운 지문 읽고 듣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는데, 텝스만의 개성을 없앤 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한편 듣기 Part 3 영역에서 기존에는 대화와 질문을 2번씩 들려주고 답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1번 들려줬는데, 신텝스에서는 대화와 질문까지 1번으로 줄인다고 하네요. 사실 이런 변경은 제가 Part 3을 풀 때도 느꼈기 때문에 납득은 갑니다. 단, 제가 위에서 언급한 더러운 문제 유형이 없다면 말이죠. 지엽적인 기억력 검사 문제는 그대로 두고, 2번 들려주던 걸 1번으로 줄이는 건 잘못된 선택이라고 봅니다. 신텝스에선 이런 문제가 비중이라도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문법과 어휘로 분리되어 있던 두 영역이 어휘/문법으로 순서가 바뀌면서 하나의 영역으로 통합됩니다. 이전에도 저는 텝스의 어휘와 문법 영역은 정형화되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과하게 어렵거나 지엽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쉽게 풀만한 수준도 아니고 읽기와 연계된 문제가 많아 좋았어요. 다만 순서가 문법부터가 아닌 어휘부터 나오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반영해줘서 만족스럽습니다.

결론적으로 신텝스에 대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기대되는 부분이 조금 더 큽니다.

[텝스에 바라는 점]

사실 텝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위에서 어느 정도 했는데요. 그래도 짧게 덧붙여보겠습니다.

먼저 문제점에서 언급했던 노력 대비 얻는 성적이 초라한 점, 최소한 과정이 어렵다면 결과라도 값지게 인정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즉, 텝스를 다른 영어시험과 비교할 때 점수를 후하게 쳐줘서 토익보다 확실히 어렵고 변별력 있는 시험이라는 걸 공인받았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역시 위에서 문제로 언급했지만, 부디 신텝스에선 지엽적이고 더러운 문제는 최소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번 신텝스를 잘 살려서 응시자 수를 늘리고 채점 방식을 개선하여 회차별 점수 편차를 줄이고 채점에 대한 논란이 없게끔 하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응시자가 미 응시한 다른 회차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수능이나 한국사 등과 같이 시험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면 좋겠습니다. 법인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서울대학교는 '국립대학'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국립대로서 대학과 국가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텝스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수익 및 저작권을 우려하여 비공개하는 거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오히려 텝스가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면 시험의 투명성과 권위를 강화하고 복습할 자료를 제공하여 응시자를 더 끌어모으게 될 거라고 말이죠. (신텝스 응시료도 안 줄였잖아요~)

[마무리]

여태까지 다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텝스썰을 풀어봤는데요. 텝스 응시자이기에 진심으로 할 수 있는 말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다음 3부에서는 제가 지금까지 텝스를 봤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킵하듯 보셨더라도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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