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와인을 마시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예전에는 밖에서 가끔 마셨다면, 요즘은 집에서도 자주 마시곤 하는데요.
아무리 못해도 100병은 마셔본 듯 한데, 와인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와인 샵이나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를 보면 그냥 검은 건 글자요 흰 건 종이 수준일 때가 많으니까요.
- 예전에 와인 애호가였던 선배가 해준 말로는 중형차 한 대 값은 마셔줘야 뭘 좀 안다고 했는데, 진짜 그럴지도?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대로는 시간이 흘러도 발전이 없겠다 싶어서, 한때 와인 마실때마다 찍어두고 감상을 기록해 두기도 했습니다.
기록이 쌓이다 보니 같은 와인을 여러 번 마시게도 되었는데요, 빈티지(생산 연도) 에 따라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건 당연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마시는 순간의 분위기에 따라서 훨씬 더 차이가 나더군요.
어떤 날은 기분이 좋았는지 "적당한 신맛이 식욕을 돋구고 입맛을 깔끔하게 씻어준다" 라고 평을 썼는데, 다른 날은 "레몬도 아닌데 신맛이 강하고 다른 맛을 못 느끼게 만든다" 이렇게 썼습니다. 둘다 이론적으로는 비슷한 현상을 표현한 것인데 느낌은 완전 다르죠.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그냥 기록도 기록인데, 뭔가 흔적을 남겨보자 싶어서 와인병 마개인 코르크를 모아보고 있습니다. 이제 한 3,40개 정도 모은 것 같은데요.
가끔 꺼내서 살펴보면 대부분의 코르크에 새겨진 이름은 뭔지 잘 모르겠고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하지만 특별한 와인들의 경우는 그 와인을 마신 순간의 기억이 더 잘 나게 해주더군요. 어떤 이유로 누구와 함께 어느 곳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마셨다, 이걸 마셨을 때 첫 맛은 이러했다, 등등.
스팀잇도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뭔가를 끄적여 뒀으니, 나중에 살펴보면 과거의 기분과 상황을 되새기면서 추억에 잠길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