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아침. 외부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잡았다.
안그래도 택시 없나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멈춰선 택시. 그런데 빈차 불이 안 들어와있어서, 이거 타도 되는가 싶었더니... 기사님이 창문을 열고 타라고 손짓을 했다.
그런데 기사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순박하면서도 열심히 살아서 피로한 듯한 그 모습에서 유명한 소설 "운수 좋은 날" 의 주인공 김첨지가 떠올랐다.
혼자 미소짓고 있는데, 이분이 말을 걸었다. 담배 한대 피우려고 잠시 길가에 차를 댔는데 마침 손님이 보여서 바로 태웠다, 손님 내리고 나면 설렁탕이라도 한그릇 먹으러 가야겠다 등.
"운수 좋은 날" 생각을 하다가 설렁탕 이야기를 들으니 묘하게 뭔가 더 상황이 매치가 되었다.
그러다 기사님이 매우 수줍어하면서 혹시 현금으로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요즘은 다 카드결제라 통장으로 가버려서 자기가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고 하면서.
나는 설렁탕 생각에 대답을 못하는 사이 혼자 민망했는지 내 답변도 안 듣고 조용히 다시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이분 아침 설렁탕값과 식후땡 담뱃값은 드리고 싶어졌다.
매우 부드러운 운전 덕에 편안히 도착한 나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며 "식사하시고 담배 한 대 피세요"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거스름돈 대신 담배 한 갑 살 수 있으려나? 생각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지 기사님은 너무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를 연발.
누군가의 운수 좋은 날을 만들어 준 듯 하여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