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한약" 에 대해서 별로 신뢰가 높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한약은 보약 계열이고, 어떤 증상을 빠르게 치료한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몸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그런 역할이죠.
달리 말해서, 이거 한약 먹어서 효과가 나는건지, 아니면 플라시보 효과로 건강이 나아졌다고 느끼는건지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한약뿐만 아니라, 한의원에 대해서도 그렇게 믿음이 가진 않았습니다.
그냥 맥을 짚는 것만으로 이것저것 과연 다 알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부터, 도수치료니 뭐니 하는건 마사지의 일종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으니까요.
이번에 풋살하다가 다친 왼쪽 발목 때문에 병원 치료를 좀 받고, 이후 재활 치료는 물리치료 뿐만 아니라 한의원 진료를 받아보는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아서 속는 셈 치고 지인 추천 한의원에 가봤습니다.
- 참고: 신경외과나 정형외과는 물론 양재역 4번출구 강남베드로병원 입니다. (주사위 광고에서 많이 보셨을듯)
그런데, 예상외로 첫날부터 감동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뭔가 불편하고 안좋은데 왜 그런지, 뭘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었거든요.
가만히 증상을 듣던 한의사 원장님이, 몇 군데 침을 놓아주었습니다. 누워 있으면서 이게 효과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아프다고 한 건 왼쪽 발목 부근인데 왜 오른손 엄지와 오른발목 등에 침을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이후 스윽 스치듯 몸을 만져보더니, 몇 군데 약침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일어나서 걸어보라고 하시더군요.
아직도 그 순간 기억이 생생합니다. 갑자기 걸을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발목이 아파서 발목 쪽을 쓰지 않고 다리를 끌듯이 절면서 다녔었는데.
너무 신기해서 내 몸 상태에 대해서 질문을 좀 했는데, 매우 간결하게 그러나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셨습니다. 지금 발목이 아직 부어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다리를 절면서 다닐 때 고관절 등이 틀어진 것이 문제라고. 그리고 이곳저곳 근육들이 너무 수축되거나 늘어나 있어서 그 부분들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뭔가에 홀린 듯 하면서 일단 집에 왔습니다.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계속 가게 되었구요.
바로 눈앞에서 몸이 낫는 게 느껴지니, 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증상에 대해서 설명하면, 가만히 듣고 계시다가 약간의 치료를 해주시고, 그러면 바로 그 증상이 나아집니다. 신기할 따름이죠.
가장 신기했던 것은, 왼쪽 발등을 쭉 펴는 동작을 할 때 발목 뒤 아킬레스건 윗부분이 아프다고 했을 때였습니다.
몸을 손으로 가볍게 쭉 훑으신 후, 갑자기 비닐 장갑을 끼셨습니다. 그리고는 입을 아 벌리세요, 라는 말씀.
치과도 아니고 왜 입을...?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입을 벌렸습니다. 그러나 손가락으로 입 안을 쭉 돌면서 체크하다가, 입 안쪽 우측 어떤 점에서 손가락이 멎었습니다.
조금 아플 텐데 참으세요, 라는 말과 함께 그 점에 힘이 가해졌습니다. 눈물이 살짝 맺힐 정도로 아프더군요. 단순히 어딘가가 눌려서 아픈게 아니라, 안좋은 부분이 눌려서 꿰뚫리듯 아픈 그런 느낌.
아직 아픔에 얼얼해 하고 있는데, 이제 다시 발등을 펴보라고 하셨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지시대로 해보니,
안 아프더군요. 잘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니 왼쪽 발목 쪽 이상이 있는게 입 안쪽 우측 어떤 점을 누르면 해결이 된다니...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발목 외에도 다른 부분 불편한 곳들을 말해보게 되었고, 그러면 그 자리에서 보통 진단 및 처치가 이루어졌습니다.
며칠 전에는 오른쪽 어깨가 이러저러하게 안좋다, 라고 했더니 갑자기 왼쪽 손목을 잡고 어딘가를 누르시더니 - 입 안쪽 눌릴때만큼은 아니지만 꽤 아팠습니다 - 다시 어깨 돌려보라고 하시더군요.
역시 신기하게도 어깨 움직임이 확연히 좋아졌습니다. 10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렇게 바로 몸으로 느껴지는 치료 효과를 보고 나니, 신뢰가 계속 올라가더군요.
그래서 아예 건강도 좀 챙겨보자 생각으로 한약을 요청했습니다. 맥 짚어보고 이런저런 질문 하신 후, 하루만에 한약이 오늘 도착.
깔끔한 디자인의 택배 박스 안에, 작은 박스 여러개에 뽁뽁이로 잘 싼 한약 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한약 용기 디자인도 깔끔하게 나오는군요.
잊지 말고 챙겨먹어야겠습니다. 몇 달 후에는 좀더 건강해진 곰돌이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