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그날, 바다’를 봤습니다. 개봉하고부터 진작에 보려고 했는데 상영관이 많지 않고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좀 늦어졌네요.
많은 분들이 언급한 것처럼 영어 제목이 ‘Intension – 고의’ 여서 그간 김어준 총수가 여러 가지 가설을 제기했던 '고의침몰설'과 연관 짓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좀 다른 시각으로 ‘고의 은폐’에 방점을 찍고 봐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이 영화나 평소 ‘파파이스’에서의 고의침몰설, 외력충돌설 등을 비판하면서 작품 자체를 폄하하는 분들도 많지만, 영화 시작 후 첫 3분의 장면 만으로도 세월호 관련 영화가 개봉관에 걸려야 하는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내내 울면서 볼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꽤 담담하게 세월호의 침몰원인을 쫓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으며, 희생자들이나 유가족의 생활을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으로 꾹꾹 눌러 담고 있습니다. 이런 담담한 진행과 정우성 씨의 차분한 나레이션이 다큐멘터리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게 잘 잡아준 것 같네요.
감독과 김어준 총수가 앵커 원인설을 제기하게 된 세월호 항적도 AIS의 조작 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작 가능성에 대해 충분할 정도로 조사하고 증거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 사용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GPS가 10미터 오차만 나도 고장, 혹은 불량으로 여기는 데 장애물 적은 바다에서 그것도 세월호만큼 큰 배의 항적 기록이 700여미터 오차가 난다는 건 우리나라 해경, 해군의 장비가 어마어마하게 쓸모 없고, 평소 안보가 엉망이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겠네요.
더군다나 단순한 기기오류로 결과값이 차이가 난다고 하기에는 영화에서 제시한 아스키 코드값의 오류를 설명할 수가 없고, 정부 관계자도 청문회에서 인정을 했습니다. (청문회나 인터뷰를 통해 인정한 관계자가 이 한 명밖에 없다는 비판은 관계자들이 워낙 제대로 된 증언을 안 하고 은폐에 가담한 때문인데 비판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 제기하는 앵커의 오작동 혹은 오사용으로 인한 침몰설이 맞느냐 틀리냐 하는 것은 이제부터 진행될 2기 특조위를 통해서 혹은 3기, 4기까지 가는 한이 있더라도 꼭 밝혀내야 합니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될 것 같은 ‘고의 침몰설’을 많은 이들이 완전히 배척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고 후 전혀 없었던 구조활동이나 침몰원인 은폐, 미심쩍은 인양 지연,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나라냐!”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던 유가족을 향한 말도 안 되는 비난과 탄압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데 여러 생존자들의 증언이 큰 역할을 했는데, 앞으로 유가족 뿐 아니라 더 잊혀진 100여명의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의인으로 알려졌던 김동수 씨의 자살 기도나, 희생자 유해 인양에 큰 역할을 했던 故 김관홍 잠수사(생전 청문회 동영상) 등 현장의 참상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고통도 함께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회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304명의 희생자들과 수많은 유가족들, 생존자들을 위해서도, 앞으로 이런 재해를 막는 노력을 위해서라도 절대 세월호 사고를 그냥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세월호 관련 이야기가 지겹다는 분들은 삼풍사건 생존자분이 남긴 글을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생존자가 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