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비롯해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천체는 태양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한다. 또한 행성들의 자전 방향도 모두 반시계 방향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시계 방향이란 개념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지구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니 시계가 없었던 시절에 사용한 해시계의 그림자는 그 반대인 시계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 금성과 천왕성만은 다른 행성과 달리 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이 두 행성이 반대 방향으로 자전하는 이유는 아주 먼 옛날 다른 천체와의 충돌로 인해 자전축이 거의 뒤집어졌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태양계 전체로 볼 때는 이방인인 셈이다.
사람들 중에도 이들처럼 이방인 대접을 받는 이들이 있다. 왼손잡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 지역 및 시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류의 약 90%가 오른손잡이며, 나머지 10%가 왼손잡이다.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앞발로 상대를 공격하는 캥거루의 경우 특정 행동에서 왼손잡이들이 더 많다. ⓒ Public Domain
왜 이처럼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로 나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그동안 유전자설, 발생단계의 차이설, 주먹 싸움에서의 이점 등이 원인으로 제시됐지만, 각각의 가설은 모두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1981년 호주에서 매우 특이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1880년에 태어난 사람 중 왼손잡이는 2%에 불과하지만, 1969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 왼손잡이가 무려 13.2%나 되었다는 것.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왼손잡이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사라질수록 왼손잡이가 늘어나는 증거로 해석했다.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
실제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는 왼손잡이를 부정적으로 여겼다. 한국어에서 바른손은 오른손을 뜻하며, 영어에서도 오른쪽을 의미하는 ‘right’는 ‘옳은’ ‘정확한’이란 뜻의 형용사로 사용된다. 그에 비해 왼쪽은 부정적인 의미 일색이다. 한직으로 밀려난다는 뜻의 좌천(左遷)이 그러하며, 왼쪽을 의미하는 영어인 ‘left’는 ‘약한, 부서진’ 등의 뜻을 가진 앵글로색슨어의 ‘lyft’에서 유래했다.
신기한 건 동물 세계에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손발이나 방향 등의 좌우 편향성을 가리킨다.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앞발로 상대를 공격하는 캥거루의 경우 특정 행동에서 왼손잡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연구진이 호주에 사는 야생 캥거루들이 코를 만지거나 잎을 따는 행동 등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이들은 왼앞발을 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작은 캥거루처럼 보이는 왈라비의 경우 용도에 따라 왼손과 오른손의 용도를 달리한다. 신체에 힘을 가할 때는 오른손을, 미세한 움직임을 조종할 때는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고기의 경우 천적이 다가올 때 오른눈잡이는 시계방향으로 도망치며, 왼눈잡이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친다. 다리가 10개나 되는 오징어도 마찬가지다. 먹이를 잡을 때 좌우 중 한쪽 방향에서 일정하게 공격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중 절반은 왼쪽으로 다른 절반은 오른쪽으로 돌며 사냥한다.
과학자들이 그런 습성을 지닌 오징어를 해부한 결과, 왼쪽으로 공격하는 오징어는 단단한 갑각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공격하는 개체는 갑각이 오른쪽으로 약간 휘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도 주로 사용하는 앞발에 따라 오른발잡이와 왼발잡이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개나 고양이의 경우 암컷은 주로 오른손잡이고 수컷은 주로 왼손잡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암고양이는 오른손잡이, 수고양이는 왼손잡이
이에 대한 연구를 가장 많이 진행한 곳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소재한 퀸스대학의 연구팀이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평소의 보통 행동에서는 두 발을 번갈아 사용하지만, 좀 더 복잡한 먹이 꺼내먹기 등의 실험에서는 수컷은 주로 왼발, 암컷은 오른발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난소와 정소를 제거한 중성화된 개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오른발과 왼발의 편향적 사용에 대한 차이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그 같은 현상이 호르몬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개와 달랐다. 최근 퀸스대학 연구진은 후속 연구의 일환으로 중성화된 고양이 44마리를 대상으로 일상생활을 할 때 어느 발을 먼저 사용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고양이들은 음식을 먹을 때는 73%, 계단을 내려갈 때는 70%의 확률로 특정 앞발을 사용한 것. 그런데 중성화된 개들과는 달리 중성화된 고양이들은 여전히 수컷은 왼손잡이, 암컷은 오른손잡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들이 주로 쓰는 손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비율이 2:1 혹은 1:1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인간에 비해 한쪽으로 쏠린 정도가 훨씬 덜한 셈이다. 사실 인류의 90%가 오른손잡이라는 통계도 대부분 1900년 이후의 기록들이며 그마저 대부분 서구인들의 기록일 뿐이다.
또한, 태양계 행성들이 대부분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것도 사실 북극을 중심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의 방향일 뿐이다. 호주나 남아메리카처럼 남반구에서 남극을 위쪽으로 기준점을 잡을 경우 지구의 자전은 시계 방향이 된다. 만약 문명이 먼저 발달한 북반구가 아니라 남반구에서 해시계를 먼저 만들어 시계의 발명까지 이어졌다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은 반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대중가수 이적은 자작곡에서 우리 사회의 왼손잡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 난 왼손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