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문 글씨 예쁘게 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국 드라마를 보면 멋드러진
깃털펜으로 편지를 쓰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단어가 슥슥슥 이어지는 필기체 글씨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학창시절에도 오선지 공책에 필기체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긴 했지만, 영화에서 본 것처럼
멋드러진 글씨는 나오지 않았어요.
글씨체가 예쁜 것도 다 재주이고
재능인가보다 하고 포기했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쓰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죠.
영문 글씨를 쓸 때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에 글자를 적으려면
기울기도 제각각이고, 글자 크기도 삐뚤빼뚤해서
결국 예쁜 글자가 안나오더라구요.
그런데 글씨체를 잡아주는 "가이드라인"
시트가 따로 있더라구요.
서체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을 때
필요한 특정 기울기와 올라가는 높이,
내려쓰는 길이가 정해져 있었어요.
그 법칙을 반영해서 가로줄과 기울기가
그어져 있는 종이가 필요한 것입니다.
Practical Penmanship, Spencer Brothers, 1885
전문가들조차도 종이에 가이드라인을 그리거나
가이드라인 페이퍼를 종이 아래 놓고
그 위에 글자를 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스펜서라는 사람이 시작한 서체를
'스펜서리안 서체'라고 하고, 장식적인 부분이
강조되면 오너멘탈 스크립트, 담백한 필기체는
비즈니스 스크립트라고 부르더라구요.
비즈니스 스크립트의 기본 대문자와 소문자
도감입니다. 이 글자를 이어서 쓰면
제가 어릴 때 원했던 그 슥슥슥 쓰는
편지체 글씨가 나옵니다.
저도 가이드라인을 출력해서 비즈니스
스크립트를 연습했습니다.
글자 기울기가 52도 정되고요,
글자와 글자를 연결하는 선의 기울기는
30도 정도입니다.
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대로 한글자 한글자
쓰다보면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필기체를 쓸 수 있게 됩니다.
그 때부터 신이 나서 노트와 가이드라인,
만년필을 지참하고 어디든 앉기만 하면
계속 글씨 연습을 했지요.
딥펜으로 쓰면(위) 확실히 굵기가 달라져서
고급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딥펜으로 쓸 때는 아무래도 잉크를
찍어가면서 써야 하니까 빠른 필기는 어렵더라구요.
볼펜으로 슥슥슥 적을 수 있는 캐주얼한 스크립트가
일상생활에선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익숙해지면 가이드라인이 없어도 글자체가
유지되지만 글자가 흐트러지면 다시 가이드라인을
대고 쓰면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글씨는 쓰면 쓸수록 늘기 때문에
계속 연습하다보면 그럴싸하게 장식도 넣고
나만의 글자로 정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스팀잇 통해 좋은 시간 보내세요!
위에는 @mijinje님이 만드신
예쁜 선 디자인을 사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