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iginal by danbab7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와 유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게 그림 아니냐? 라고 하지만, 예술 창작에 있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있음"의 조각들을 찾아와서 맞추는 것이 예술창작이고, 예술가들이 흔히 "영감을 찾는다"고 말하는 것의 의미라고 믿습니다.
그럼,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점만 몇 개 찍고 텅 빈 백지만 홀로 남겨져 있다면, 매우 성심성의껏 조심스럽게 맞춘 것이나, 있음의 조각들을 맞추는데 게을렀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헷갈리는 그림들, 많이 보셨죠? :)
저는 작품들에 이러한 균형을 맞춰주고 싶어요. 제가 태어나도록 도와 준 작품들이 오해받지 않도록 말이에요. "너무 날로먹는거 아니야?" 라는 반응이나 무겁고 불편하기 짝이 없어서 다가가기도 힘든 예술로부터 벗어나, 무난하게 그림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하루를 선물해주고 싶어요.
이 그림은 오르내림이에요. 도형들이 적당히 한 데 옹기종기 모여있죠. 마치 너무 위로, 너무 아래로 가는 것을 피하는 것처럼요. 여러 가지 녀석들이 겹쳐져서 하나가 되어, 또 새로운 존재를 이루고 있어요. 저의 화, 기쁨, 슬픔, 절망 등이 너무 한 구석으로만 가지 않고 적당히 모여서 저를 이루고 있는것처럼요. 그렇다고 거기에 멈춰있지도 않아요. 끊임없이 움직이며 어떤 것은 위로, 어떤 것은 아래로 가고 싶어하지만, 서로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그래야 저라는 한 사람이 유지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비슷한 컨셉인 오르내림의 형제 그림, 범벅도 찾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