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두서없는 흔한 잡설

dakfn(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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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학교 6학년 시절, 매일 숙제로 일기 쓰기를 강요당했던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새삼 감사하게 된다. 매일 같이 일기를 쓰는데, 당연히 매일 특이한 일이 일어날 리가 없기에 나에게는 그날의 특별한 일을 써야만 되는 줄 알고 있던 일기라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자신의 일이 아닌, 그냥 글짓기라고 하면 어울릴 것 같은 수 많은 주제 들에 대한 글쓰기에 대해서 많은 교육을 해 주셨다.

그 결과 나는 나의 일상을 적는 것보다 수필에 가까운 글들을 쓰기 시작했고, 그러한 습관은 중학교 때 글짓기 대회마다 참석하는 열의로 발전했으며, 고등학교 때는 비로소 소설을 쓰기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지금의 내가 밥 먹고 사는 데는 그 어릴 적의 일기 쓰는 습관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이다.

2

대부분 구상을 하고 글을 쓰라고 하는데, 나는 거의 반대로 글을 쓴다. 이를테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다고나 할까. 구상을 하고 글을 쓰면 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유는 간단한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구상을 할 때 한번 머릿속으로 글을 지어놓으면, 실제로 옮겨지는 내용에는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처음 그 내용을 떠올릴 때의 감흥도 이미 지나간 후라 아무리 봐도 써 놓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된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랄까, 구상할 때는 막 끝내주는 명문일 줄 알았는데, 막상 나온 글은 그저 그래 놓으니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실감이 되어 결국 쓰레기통에 쳐 박아 버리게 된다.

반면, 아무 구상 없이 쓰기 시작하면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이 너무 찬란하게 느껴지고, 덕분에 별거 아니 생각도 글로 옮겨지는 순간 뭔가 대단한 것처럼 치장이 되는 느낌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훑어보면 이 역시 감흥이 한번 지나간 후라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긴 하지만, 그래도 글을 처음 읽을 때의 ‘대단해 보임’은 구상을 하고 쓴 글보다는 즉흥적으로 쓴 글이 더 낫다. 구상을 하고 쓰면 쓰다 구상대로 나오지 않아 글을 멈추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즉흥적으로 쓰게 되면 일단 완성까지는 가게 되니까.

3

사진에 대해 조예가 깊은 분의 말을 들어보면 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사진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으면 비로소 남들이 다 똑같이 볼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사물이 비로소 독창적인 관점을 지닌 하나의 작품이 된다고 한다.

글쓰기도 비슷하다. 스팀잇에 글을 처음 올리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은 흔한 정보 글을 올리기도 하고 그걸 약간 가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글들은 별로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정보 글이야 포털에서 검색하면 그보다 더 자세하고 더 잘 정리되어 나온 것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흔한 정보 글을 올려서 인기글로 가는 것은 힘이 든다. 소재나 주제도 중요하겠으나, 글 역시 사진처럼 관점이 제일 중요하다.

사진을 통해 타인의 시선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듯, 독자는 글을 통해 글쓴이의 머릿속에 들어가게 된다. 같은 것을 바라보더라도 관점이 틀려지면 보는 풍경이 달라지듯, 흔한 내용이라도 독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재미가 된다. 그런 관점이 들어가면 비로소 글에서 글쓴이가 느껴지게 된다. 단순히 뭐가 어떻다는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바라보는 글쓴이의 시선이 들어가야 비로소 남의 생각을 엿본다는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체험을 섞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일 것이고, 남들의 판단과는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이를테면, 모두가 좋다는 것에 대해 나쁜 점을 말한다던가, 혹은 반대로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그 글을 읽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것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글을 읽는 보람과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4

딱히 글쓰기를 배웠거나 많이 써본 게 아님에도 맛깔 나는 글을 쓰는 친구들이 있다. 아마 그런 친구들은 전에 말한, 존재가 글로 흘러나오는 친구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글로 존재를 채우려고 한다고 해서 존재나 글이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치장하려고 해 봐야 어색하고 가짜로 꾸며 쓴 표가 확 난다. 글이라는 건 결국 존재가 흘러나와서 표현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글을 쓰는 본인부터가 재미난 사람이 아니면 글이 재밌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재밌게 쓰려고 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재밌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글로 그 재미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다.

흔한 글쓰기 비법에는 그렇게 재밌는 사람이 되는 방법으로 다독과 다상을 제시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면 된다는 뜻인데, 그럴 수밖에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면 결국 그것들이 머릿속에서 흘러 내려 글이 되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 읽은 사람이 필연적으로 글쟁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치라고나 할까.

뭐..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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