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이야기하면서, 스팀잇을 단순히 글 써서 채굴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은 큰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무엇인가? 분산원장이다. 나 혼자 그것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최소한 51% 이상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에 대해 신뢰를 보증하는 것을 뜻한다.
왜 하필 글의 가치를 블록체인으로 도입했을까? 그것은 음반 사재기를 해서 순위권에 올리지 말고, 최소한 51% 이상의 사람들에게 보팅을 받아서 글의 가치를 인정받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100명의 보팅이 찍혀 있을 때, 그 중 51개가 보팅봇의 이름이라면 이 글은 블록체인에 있어서 신뢰를 잃은 것이기에 버려져야 한다. 그 글이 좋은 글이라는 신뢰를 이미 잃었다. 셀프보팅 1의 숫자 역시 별 거 아닐 수 있겠으나, 나는 그 마저도 궁극적으로는 신뢰를 져버린 행위라고 생각한다. 자기 글이 좋다고 스스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그것은 남에게서 confirm 을 받지 못한 블럭일 뿐이다. (물론 홍보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홍보도 필요하긴 하다.)
그런 의미로 따져보면 대세글과 인기글 역시 대단히 잘못된 구조라고 생각한다. 대세글과 인기글을 신뢰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분산원장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대세글과 인기글은 이미 왜곡될 대로 왜곡되어 이미 많은 신뢰를 상실한 글들로 넘쳐난다. 보팅풀에 의한 몰아주기, 보팅봇을 활용한 홍보.... 솔직히 나는 그런 블록체인에서 저런 시스템을 왜 만들었는지도 이해를 못하겠다.
애초에 대세글과 인기글 카테고리도, 셀프보팅을 넣은 것과 제외한 것, 보팅봇이 포함된 것과 아닌 것으로 나누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좀 더 정확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스팀잇이 너무나 이질적인 개념의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인 태생이면서도 평등을 추구한다. 욕심으로 사람을 끌어들여서는 이타심을 발휘하라고 한다. 셀프보팅도, 보팅봇도 허용하면서도 결국 그러한 행위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시킨다. 그럼에도 알아서 하라고 하니, 이게 무책임한 방치인지, 아니면 신인류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애정 어린 관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좋은 글을 찾아서 보팅을 하고 싶다. 봇에 의한 보팅보다 사람에 의한 보팅이, 보팅봇에 의한 댓글보다 사람의 댓글이 달리는 게 이 스팀잇을 키우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