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편물이 하나 왔다. 며칠 전 신청했던, 지금은 파산해서 접속도 안 되는 거래소인 유빗의 보안카드다. 거래소의 코인을 전송하기 위한 2단계 인증을 위한 카드였다.
이 카드를 신청하자 곧 목소리가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여자상담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참으로 복잡한 사항을 물어보고 통화도 녹음된다는 말도 듣고, 언제 배달되는지, 어떻게 배달되는지 이것저것 물은 후에 카드가 도착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복잡하게 신청한 카드니까 의미있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따.
그런데 다음날, 뜬금없이 거래소가 파산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불과 해킹당한지 몇시간만에 빠르게 내려진 결정이란다.
다행히 나는 거래소에는 코인이든 원화든 보관을 하지 않고 소액이라도 바로 출금을 하는 습관이 있다. 매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시나 내가 자는 밤에 거래소가 망할 수도 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하던 습관이 이렇게 큰 보험이 된 셈이다. '거래소가 망할지도 모르니 항상 돈은 따로 보관하라'는 말에 '그런 걱정으로 살 것 같으면 내일 행성이 추락해서 지구가 망할건 왜 안걱정하냐'고 조롱하던 사람도 더 이상 태클을 걸지 못하게 되었다.
어쨌건 어제까지 멀쩡하던, 내가 몇년이나 잘 이용하던 거래소가, 올 여름에도 해킹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산대신 복구를 위해 노력하던 거래소가, 이번에는 뜬금없이 문을 닫는다는 말에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해킹을 당한 것인지, 내부자의 소행은 혹여나 아닌지, 이번에도 북한 소행이라 할 것인지, 보험은 왜 저번주에 들었는지, 파산한다고 하고는 왜 바로 매각 이야기가 나오는지 등등...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뜬금없이 카드가 도착을 한 거다. 이 카드를 신청할 때만 해도 바로 다음날 거래소가 파산을 하게 될 줄은, 나도 모르고 나와 상담한 여자 상담사도 몰랐을 것이다.
돈 한푼 들어 있지 않던 나도 이렇게 허망하고 공허한데, 돈이 들어 있던, 혹여나 큰 돈이 들어 있던 사람들은 오죽할까.
세상이 참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지금처럼 코인판이 달아오를 줄도 몰랐고, 또 이틀전만 해도 오늘처럼 파란나라를 보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다이나믹함의 연속이다. 딱 일년 전만 해도 전대통령이 지금 감옥에 가 있을 줄도, 비트코인이 2500만원이 될 줄도, 그리고 불과 며칠전만 해도 유빗이 갑자기 파산선언을 할 줄도 몰랐지 않던가!
혹여나 내일 갑자기 죽을 지도, 혹은 갑자기 스팀 본사가 폭발할지도, 혹은 모든 코인이 0원이 되어 사라질지도, 혹은 반대로 1억이 되어 투더문 할지도.... 아무도 모른다.
세상 참 다이내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