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투 운동으로 과거에 묻혀 사라진 줄 알았던 사건들이 드러나고 있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추행을 돌덩이에 매달아 시간의 강물 깊숙하게 가라앉힌 줄 알았겠지만, 시간이 지나자 묶었던 끊은 약해졌고 추악한 진실은 다시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에는 모든 것이 기록되어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위, 변조할 수 없다. 뒤지면 다 나온다. 현실은 비록 블록체인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단단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카르마라는 개념을 반쯤은 믿으면서도 반쯤은 믿지 않고 있었다. 어려서 봐 왔던 그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녀석이 나이를 먹고도 떵떵거리며 잘 사는 모습에, 역시 권선징악은 이야기 속에만 나오는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바뀐 게 작년 즈음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그녀가 포승줄에 묶여서 구치소에 들어가는 장면을 계기로 좀 많이 바뀌었다고나 할까. 역시 사필귀정이구나 하고. 물론 아직도 학살자가 떵떵거리며 잘 사는 걸 보면 의혹은 남아 있지만...뭐, 세상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나쁜 짓을 하면 대부분은 대가를 치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시대가 변해서 그런 것 같다. 과연 전정권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지금처럼 폭로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제 2의 피해자는 제3, 제4의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행동은 결과를 일으킨다. 이것들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원인과 결과라는 단단한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론이란 그러한 카르마의 블록체인이 아닌가 싶다.
뭐 하나 그냥 생기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이 긴밀히 연결되어서 하나하나의 모든 행동이 다음의 결과를 초래한다. 이 세상은 그렇게 거대한 시공간의 블록체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