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준비를 해서 자전거를 기차에 실어 부산역까지, 배에 실어 제주항까지 갔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큰 변화는 없지만 휴가를 휴가처럼 썼다는 생각, 다녀올만 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휴대폰을 뒤직거리며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를 열어 몇 개를 올렸는데 영판 어설펐다. 일주일쯤 걸렸던 여행의 앞부분, 배타는 것까지만 쓰고 블로그를 닫아버렸다.
몇번의 이사와 컴퓨터, 휴대폰 교체에도 그 때의 사진이 뒤죽박죽 남아있어 한 번 써볼까 싶다. 카메라를 챙겨가면서 날짜값이 제대로 되어 있나 확인도 하지 않은 탓에 이게 그날인지 다음날인지, 새벽인지 저녁인지도 잘 모르는 모호한 순간도 많아서 또 영판 어설프게 대충 쓰게될 것 같기만하다.
방에 누워 밖을 바라보다가 오후 2시쯤, 출발해야겠다며 집을 나섰다. 다이소급의 동네 만물상에 들러 라이트, 버프, 토시, 반사스티커, 썬크림 같은 걸 샀다. 그리고 바로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배편은 저녁 8시쯤 부산항을 출발해서 아침 8시쯤 제주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던 것 같다. 6시까지만 부산항에 도착하면 된다. 혹시 늦어서 배를 놓치게 되면 부산 한 바퀴 돌고 오면 되는거고.
당시 지하철이나 KTX의 자전거 관련 규정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휴일은 지하철에 자전거를 끌고 탈 수 있었을 것이고 KTX의 복도 짐칸에는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었던가. 앞바퀴를 분리하면 짐으로 취급되어 항상 실을 수 있었던가. 어쨌든 집에서 지하철, 지하철에서 기차역, 부산역에서 부산항까지 마음을 졸이며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15시에 대구 구석편 자취방을 나서 동대구역에서 16:26분 발 열차에 올라 17시50분에 부산역 광장에서 사진찍고 18시쯤 부산항에 도착했으니 뭐...
컨테이너박스를 비롯한 화물을 먼저 싣고나서 화물칸에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자전거를 끌고 온 사람은 마지막에 승선할 수 있다. 남은 배표는 입석이라 해도 무방한 3등칸이었는데 3등칸 승객 중에서도 가장 늦게 승선했으니 내 자리는 배에서 가장 불편하고 불편한 자리였다.
누군가의 발 밑에 머리를 두고 쪼그려 누워있으면서 내 발의 끝부분은 신발을 벗어두는 복도에 걸쳐두어야 하는 건 서있는 것보다 힘든 일이었다. 최적의 자세를 찾아 20여분 낑낑거리다가 포기하고 밖으로 나갔다. 컵라면도 하나 먹었던 것 같고 맥주를 마시면서 자전거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스마트하지 못했던 스마트폰과 엘지텔레콤의 환상적인 조합 덕분에 배가 출발한지 10분만에 폰은 더 이상의 신호를 받지 못했고 바다에서 보는 부산 풍경은 꽤 괜찮았다. 선실과 갑판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는지도 모를 시간이 지나고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만큼 불편해진 다음에야 선실의 어느 구석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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