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온 메일이 있으면 반갑다. 온갖 필요없는 잡동사니를 싼 값에 보여주는데 그걸 보는 게 즐겁다. 없어도 되는 물건이지만 괜히 한 번 보고나면 궁금해서 사고싶어지는 물건들, 특히나 품질을 확신할 수 없더라도 가격 자체가 낮아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지르고 싶은 물건들을 잘 보여준다.
8.6달러짜리 동작인식 LED 야외등이 보였다. 태양광으로 충전되니 별도의 배터리도 필요없다. 한번씩 시골에 놀러가면 밤에 마당에서, 불을 안 켜도 보이긴 하지만 불을 켜지 않으면 뭔가 답답한 그런 마음이 자주 들었는데 거기 딱 맞는 물건이다. 상품소개 페이지를 들어가니 이미지 하나는 기똥차게 뽑아놨다. 이걸 달아놓으면 매일 먼지바람이 불고 마당바닥에 말라빠진 풀이 굴러다니는 시골집도 테슬라가 주차된 미국의 어느 저택처럼 보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두 개를 주문했다. 개당 8.6달러, 배송료 무료. 언제나 그렇듯이 알리에서 시킨 물건은 시켰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할 때쯤 우편함에 들어와서 나를 기다린다. 열번 주문하면 정식택배로 오는 경우가 네 번, 나머지 여섯 번은 그냥 우편함에 들어있다. 우편함이 이상하게 조금 열려있는 상태라면 알리에서 시킨 물건이 들어와있다. 한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을듯한 허름한 봉투에 포장된 채로.
마침 마늘을 뽑을 때가 되어 전화가 왔다. 대구야, 이번에 마늘뽑는데 너도 좀 오너라, 애도 데리고 와서 마당에서 고기도 좀 굽고 바람도 좀 쐬다가 가라. 말이 좋아 바람쐬는거지 마늘밭 흙먼지만 콧구멍에 실컷 넣고 올 것 같다. 그렇지만 시골에 갈 날만 기다렸기에, 신문물을 들고 좀 생색을 내려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못질이 어려운 위치라 옷걸이 철사를 뽑아다가 대충 묶고는 테이프로 고정했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밤에도 잘 작동한다고 한다. 직사광을 못 받는 위치에 있는데도 사용량 자체가 많이 않아서 그런지 한달이 넘도록 문제가 없다. 동네에 산고양이가 다녀가도 불이 켜질 정도로.
덕분에 시골의 어른에게 좋은 소리를 들었다. 없을 땐 몰랐는데 있으니 정말 편하다고. 가끔 초저녁에 밭일을 나가면 좀도둑이 들 떄가 있는데 그 때문에 얼마전에는 도어락을 설치했다. 다음번에 오더라도 아마 이 빛에 놀라서 망설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