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벅꾸벅 졸면서도 실눈 뜨고 읽은 책이라 내게는 무척 의미가 깊은 책이다. 레이 커즈와일의 책, <특이점이 온다>. 정석수학으로 친다면 겨우 목차, 집합과 명제 부분만 본 셈이지만 어쨌든 읽긴 읽었다. 내가 알아듣기 힘든, 아니 이해하기 싫지만 꾸역꾸역 머리에 집어넣어야 할 것 같은 내용의 반복이다.
'반도체의 성능은 24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예로 들면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의 인구증가 그래프를 예로 들면서, 우리의 기술력은 나날이 늘어가는데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세계적인, 근원적인,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변화가 올 것이라 주장한다. 책을 읽은 소감은 이렇다.
근데.. 그게 도대체 언제 오는 겨.
지금까지의 진화, 기술발전의 과정을 보면 발전 그래프가 y=ax+b가 아니라 y=ax^b+c"라는 말만 반복해서 던지고 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과 변화가 바로 코 앞까지 왔으며 우리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풍요를 누릴 것이라는 게 주제인 것 같은데 과연.
A.I.와 기계가 아무리 발전한들, 일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생산성을 기대하기 힘든 인간들에게까지 공짜로 기본소득을 뿌리며 자유로운 소비 외엔 아무런 의무도 요구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고? 미래의 내 삶이 유토피아가 될지, 매트릭스가 될지, 인셉션이나 써로게이트가 될지, 혹은 미래소년코난이나 터미네이터가 될지. 여러모로 상상해볼 기회를 주는 책 정도라고 하자.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스팀잇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기계가 모든 일을 한다면, 생산성 낮은 인간의 존재 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선은 기계가 하기 힘들다고 예상할 수 있는(언젠가 따라잡히겠지만), 나만 할 수 있는 일. 그건 바로 이야기. 우선은 내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나마도 코인값이 내리면서 좀 시들해졌지만.
대충 읽으면서 노트에 끄적거린 다음에야 저자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그가 해당분야에서 했던 많은 예언들이 많이 적중했다는데, 그래도 의구심은 떠나지 않는다.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만약 그렇다면 그 때 나는 뭘 하고 있어야 하는가. 특이점은 좀 천천히 와도 좋으니 우선은 두꺼운 책 읽다가 잠드는 병은 치료약부터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