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로 159
상호: 한미식당
대구에 사는 제 입장에서는 경북 왜관, 칠곡, 구미는 큰 차이가 없는 한 덩어리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입에 붙은 단어처럼 왜관이라 말하지만 사실 왜관은 경북 칠곡군에 속한 읍입니다. 얼마 전 아이를 데리고 칠곡호국평화기념관, 꿀벌나라 테마공원, 왜관지구 전적기념관, 칠곡보를 나들이 삼아 다녀왔습니다. 대구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거든요(돗자리 깔아놓고 아이와 뛰어놀기 좋은 곳들입니다). 나중에 따로 글로 남겨보고 싶네요. 예전에 왜관에 근무했던 친구에게 괜찮은 밥집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여 세 군데를 추천받았습니다. 왜관 도토리식당, 약목 약샘골가든, 왜관 한미식당 세 곳 중 앞의 두 곳은 고기구워먹는 집인데 네비에도 잘 나오지 않고 시간이 촉박하여 꿀벌나라 테마공원에서 10분 거리인 한미식당으로 차를 향했습니다.
왜관에는 미군기지(Camp Carroll)가 있는데 그 주변으로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이 몇 개 있습니다. 군부대의 크기가 좀 작은지 상가의 규모도 작은 편입니다. 그 중에 햄버거, 돈가스 등 ‘경양식 전문점’이라 할만한 식당이면서 백종원의 소개로 더 유명해진 한미식당이 가장 성황입니다. 오후 1시쯤 도착했는데, 포장손님 등의 주문이 밀려있어 30여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먹고 나서는 글쎄,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옆에는 비슷한 컨셉인 국제식당도 있고 케밥집도 있습니다.
1층 내부는 옛날 느낌이 물씬 납니다. 딱 시골동네 돈까스집 느낌. 어린 시절에 제가 살던 동네에 최초로 생겼던 햄버거 가게 또는 생과일 주스집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합니다. 혹시나 가족과 함께 식사하러 오셨다면 2층에 자리가 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렸다가 올라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2층은 좀 식당스럽거든요.
메뉴 구성을 보니 원래는 햄버거로 유명해진 식당이지만 최근들어 신메뉴를 개발한 듯 합니다. 식당 벽의 각종 인증사진을 보아하니 백종원의 방송에서는 치즈시내소가 나왔던 것 같은데 저는 단순하게 주문합니다. 제일 싼 거 한 개, 제일 비싼거 한 개. 그래서 수제햄버거와 비프코던블루를 주문하였습니다. 식당 벽의 설명에 의하면 메뉴판에 Big John’s가 표시된 것은 가게 주인이 미국인 매제妹弟 존으로부터 햄버거 제조의 비법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비법 전수자가 미국인이니만큼 양파썰기 5년, 설거지 5년, 양념젓기 5년 등의 피나는 수련은 없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제햄버거는 열어보니 그냥 햄버거입니다. 25년전에 먹던 달라스 햄버거의 그 맛. 사진을 개떡같이 찍어서 그렇지 맛은 찰떡같이 입에 척척 달라붙습니다. 옛 분위기가 살아있는 정성들인 버거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주 예전, 치킨이 아닌 통닭을 주문하던 그 시절, 통닭에 딸려나오는 양배추 샐러드의 새콤하고 은은한 그 맛이 입에 감돕니다. 햄버거 뭐 별거 있습니까. 소스 맛있고 패티 맛있으면 됐지.
새삼 생각난 달라스 햄버거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25년쯤 전에 저희동네에 처음 선진문물인 햄버거가 들어왔습니다. 우리동네 핫플레이스였던 달라스 햄버거, 국민학생의 생일날이 되면 어머님들이 줄을 서서 사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파티용 접대음식으로요. 미국스러운 그 상호, 햄버거 포장지 위를 힘차게 달리는 말 그림, 그리고 별 5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텍사스 햄버거가 더 어울릴 것 같은 그림이긴 하지만 그 땐 지금과 달라서 달라스가 참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달라서 달라스. 재미있죠? 아직 경북 의성과 충북 단양에는 가게가 남아있다는 글들이 간혹 보입니다. 10년전에는 대구 김광석길 옆 방천시장에서 달라스 햄버거의 간판을 본 기억이 있으나 들러 보진 않았습니다.
나오면서 다시 한미식당 로고를 봅니다. 거의 40년 가까이 된 식당이라는데서 한번 쯤 올만한 식당이라는 생각을, 달라스 햄버거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를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