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인 하우스로 글을 쓰려고 머리를 짜내봅니다. 대구의 오래된 경양식집인 동성로의 풀하우스를 다녀와서 먹스팀을 쓸까. 그럼 먹스팀 보팅도 받고 일석이조! 라고 생각했는데 시내와는 마음의 거리가 너무나 멉니다. 무리수로 글을 쓰기로 작정합니다. 옛날에 어느 산을 두고 위 아래로 우스 형제가 살았는데 위의 우스는 상우스, 산 아래 살던 우스는 하우스. 하우스가 빈 집에 일하러 가면 비닐하우스. 이렇게 쓰면 뮤트 당할 것 같아서 포기합니다.
수개월 전에 집을 샀습니다. 평생 처음 가져보는 자가自家, 그런데 괜시리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영구박제 하기 싫어서 포기합니다.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본 간판을 글감으로 삼아 별 상관없는 내용을 억지로 꿰어 뻔뻔한 글 한 편 남기고자 합니다.
제목에 써 놓은 축실도모築室道謀 또는 도모시용道模是用은 시경詩經(성시경 아님) 소아小雅편 소민小旻 4절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4자성어의 내용만 보면 '집 짓는 일을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묻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성공할 수 없겠지요.
哀哉爲猶(애재위유)
匪先民是程 匪大猶是經 (비선민시정 비대유시경)
維邇言是聽 維邇言是爭 (유이언시청 유이언시쟁)
如彼築室于道謀 是用不潰于成(여피축실우도모 시용불궤우성)
슬프다.
옛 현인의 바른 길을 본받지 않고, 사람의 올바른 도리를 따르지 않는구나.
오직 가까운(편협한) 말만 듣고, 그 얕은 말로 다투기만 한다면
길 가는 행인들과 상의하여 집을 짓는 것과 같아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리.
어려서부터 청학동에서 엄격한 훈장님 아래 한자를 열심히 배워서 이걸 능숙하게 써먹는 건 아니고 구글에서 '고사성어'로 검색해서 찾은 내용입니다.
옛 성현의 말을 따르지 않고, 주변 소인배들의 이야기를 좇아서 살다보면 인생 망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좀 바뀌었습니다. 책에 적힌 맹자왈공자왈 따라하다 보면 인생 망하기 십상입니다. 오히려 주변 정보를 취합하여 본인의 주관에 의한 선택을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야 후회도 본인 몫, 성취감도 본인 몫으로 본인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껏 주관에 의한 강한 의지를 가져본 적은 별로 없어서 무얼 해보겠다, 반드시 이루겠다고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누군가가 '저거 좋다'하는 소리에 어찌저찌 살다보니 이제 직장도 있고 가정도 있습니다만 어영부영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수시로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도 수년 전부터 아래의 간판을 지나면 막연한 꿈을 꿉니다. 밝고 선명한 꿈이 아니라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차를 몰고 출발하여 서너달 정도중국과 인도, 터키를 거쳐 영국까지 유라시아를 일주해보는 꿈입니다.
아시안 하이웨이는 유엔 산하 ESCAP에서 추진중인 프로젝트로 아시아 32개국을 지나가는 고속도로입니다. 여러 개의 간선과 지선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한국을 통과하는 노선은 AH1과 AH6입니다. AH1은 도쿄-후쿠오카-경부고속도로-평양-베이징-하노이-방콕-다카-뉴델리-테헤란-이스탄불 노선입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탈 일이 많은데 서대구에서 동대구 사이를 지날 때마다 보이는 AH1은 운전중에 잠깐 상념에 잠기게 하는 가장 큰 영양제입니다. AH6은 부산-7번국도-함흥-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모스크바를 잇는 노선인데 포항, 영덕을 지날 때 국도 구석에 숨어있는 표지판을 볼 때마다 또 가슴이 설렙니다. 이 꿈은 길에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정한 꿈이 아니라 그런가봅니다.
얼마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차로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을날이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게 연결문제와 동남아 여러 나라들의 열악한 도로상황일겁니다. 인도나 라오스에 보면 시속 30km밖에 나오지 않는 험악한 구간이 많이 있다고 합니까요. 현재 한국도로공사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나라에 고속도로 건설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개인이 만든 것 같은데 유튜브 홍보영상을 통해 간단히 보실 수 있습니다.
글 내용에 '집'이 들어갔으니 이 글은 주제에 부합하는 내용입니다. 땅땅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