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볼 때 함께 상영하던 국산영화 3종-우상, 돈, 악질경찰-에 대한 평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내용도 모르고 평이 괜찮길래 골랐던 영화, 그린북. 이미 개봉한지도 한참 되었는데 왠일인지 극장에 남아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선택.
영화에 화끈한 부분은 없었지만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놓은 게 매력적이었다. 60년대 미국,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하던 당시에 뉴욕에 살던 유명 흑인 뮤지션이 남부지방 콘서트 투어를 가면서 놈팽이스러운 백인 수행원을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데리고 간다는 게 주요 줄거리.
흑인이 뒷좌석에 우아하게 앉아있고 백인이 떠벌떠벌 떠들며 문을 열어주고 시중을 드는 장면이 연출하는 묘한 뒤틀림이 잘 드러나있었다. 영화 제목 '그린북'은 당시 실제로 출간되던 '흑인 운전자를 위한 남부지방 여행 가이드'를 뜻한다. 유색인종 전용 숙소, 유색인종 전용 식당을 망라한 책인데 이 책의 존재가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찾아보니 사실과 다르다거나 과장되었다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영화 자체로만 보면 밋밋한 가운데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로드무비의 맛을 잘 살린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시골도로를 보는 재미도 있고. 잘 묵혀두었다가 오는 크리스마스쯤 다시 찾아보면 괜찮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