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시동을 걸어 작은 골목길에 합류한다. 이 길의 끝에는 신호등이 기다리고 있고 나는 좌회전 신호를 받아 나가야 한다. 내 앞에는 열 대 남짓되는, 나와 같은 처지의 차들이 땅에 줄지어 엎드린 채 기다리고 있다. 물방울이 시야를 가리는 축축한 길, 창문을 열면 빗물이 들어오고 닫으면 차창에 김이 서리는 애매한 습도, 에어컨을 틀면 춥고 끄면 더운 애매한 온도, 알록달록 우산이 김서린 차창 너머 지나간다. 라디오에서는 시원찮은 잡담이 계속되고 있다. 아, 쟤네들은 월요일 아침부터 뭐가 저리 즐거운거야. 웃고 떠들면서 돈 받을 수 있어서 좋겠구만.
좌회전 신호가 왔다. 조금 큰길로 합류하려는데 이미 길이 꽉 찼는지 꼼짝달싹 하지 않는다. 안되겠다. 좀 기다렸다가 다음신호에 가야겠군. 지루한 3~4분이 지나고 다음 신호가 왔는데 또 길은 꽉 차 있다. 지난 번 신호에서 뒤에서 울렸던 빵빵소리가 욕설이 섞인 고함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야한다. 에라 모르겠다. 머리를 들이민다. 차들이 꼬였다. 다행히 꼬인 매듭은 곧 풀렸고 비탈길의 지렁이들처럼 더 큰길을 향해 꾸역꾸역 움직일 수 있었다. 참 지루하고 짜증나는 출근길이다.
몇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길에서 찾은 딱 두 개의 장면이 50분간의 운전시간을 모두 덮어버렸다. 아침의 축 처지고 눅눅한 시작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그 속에서 찾은 물방울만 남아있다. 즐거운 출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