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며칠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비가 온다.
시작은 코 끝을 지나는 젖은 먼지 냄새. 이어서 뒷유리와 거울에서 먼지와 내뒹구는 물방울과 얼룩덜룩한 유리 너머 물 떨어지는 소리가 찾아온다. 신호대기 중에는 앞유리에 붙어 끽끽대는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핸들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무료세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늘이 뚫린 지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술을 마시러 간다.
술자리가 끝나고 못내 아쉬워하는 직장 선배 둘을 따라 어느 가게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한다. 세 명의 이야기와 한 명의 켁켁대는 기침소리가 처마 밑을 채운다. 그리고 빗소리와 자동차 소리. 비흡연자인 내가 추측하건데, 두 선배에게도 '비오는 날의 담배'는 이런 느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