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저녁에 먹을 식재료를 사러 나갔다. 얼마전 시골에 다녀온 덕에 집에 감자가 넘쳐난다. 당근과 돼지고기만 사서 카레를 먹기로 했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면서 아이 입에서 '딸기 먹고 싶어' 소리가 나온다. 한 통에 2만5천원. 가게 주인 멘트가 늘상 그렇듯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못 먹을 것처럼 구매를 재촉한다.
'이거 비싼 거 아닙니다. 2만8천원 하던거 가격 3천원 낮춘겁니다. 이거 15통 들어온 거 다 팔리고 이게 마지막 남은 딸기입니다.'
딸기가 굵어보이긴 했다. 아내가 '이거 너무 비싼데...'라며 망설이고 있으니 가게 주인이 한 번 더 바람을 넣는다. '첫 물 딸기를 상품 안 좋은걸로 갖고와서 손님들이 실망하면 저희는 겨울내내 딸기 못 팝니다. 정말 좋은 물건 갖고 왔습니다. 이거 다른 집에 가면 이 가격에 못 삽니다.'
아내도 먹고 싶은 눈치다. 가격이 좀 부담스러워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할 뿐, 그래서 내가 대신 말했다. '여보, 딸기 얼른 사가자. 춥다.' 주인은 크게 기뻐하며 옆에있던 '애플포도(?)'를 조금 뜯어주며 아이에게 외쳤다. '다음에 또 와~'
맛있었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10월쯤에 딸기가 먹고 싶다는걸 사주지 못한 게 생각났다. 마트에 가서 냉동딸기 사 왔다가 잔소리 들은 것도 생각이 났고, 12월이 다 되어서 딸기가 보여 카트에 넣으려니 '마 됐다. 이제 안 먹고 싶다'라던 것도 생각났다. 슬며시 집사람의 입을 쳐다보며 그 때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를 바랬는데 기어코 입술이 열리며 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여보, 그 때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