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요약
당연히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갔던 여행이다. 오사카 시내에서 좀 벗어나서 역 출입구부터 노숙인의 강한 체취와 소변냄새가 나는 동네에 숙소를 잡는다. 내 사랑 라이잔 호텔, 1인 1실이 기본이고 1박에 3만원 가량 줬던 것 같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걷는다. 중간의 영양섭취는 편의점에서 파는 호로요이 한 캔과 아이스크림 하나면 족하다. 배고픔과 상관없이 맛있어보이는 가게가 있으면(메뉴는 주로 라멘과 교자, 생맥주) 배고픔과는 상관없이 들어간다. 왜냐하면 지금이 아니면 먹지 못하기 때문에. 3시간 동안에 라멘을 세 그릇, 생맥주를 4컵 해치운 적도 있다.
SEASON #2: 예고
이제 슬슬 여름휴가 계획을 세운다. 시즌1과 달라진 건 한가지 밖에 없다. 집사람과 아이가 함께 간다는 것. 선천적으로 가격이 싼 것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며 손가락이 움찔거리는 나와는 달리 집사람은 일단 편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리고 신중해야 한다. 즉시 결정되는 건 거의 없다. 말하자면 결재판을 들고 상사의 사무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이건 이래서 좀, 저건 저래서 좀, 엇 근데 이 조건 다 넣으니 좀 비싸네, 어쩌지? 아 몰라" 결국은 원점 비슷한 곳으로 돌아가서 처음 계획보다 많이 깔끔하면서 조금 더 편리하면서 조금 더 비싼 곳으로 결정이 된다. 물론 처음 알아봤을 때와 비교해서 가격은 조금 올랐다.
항공권을 먼저 알아본다. 8월에 3박4일 정도 오키나와를 알아보다가 일정이 좀 맞지 않아 결국 오사카행 항공권을 끊었다. 저가항공사인데다가 여행 시즌이 거의 가까워서 찾은지라 비행 시간도 별로고 가격도 싸지는 않다. 오후 늦게 대구를 출발하고 오후 일찍 오사카를 출발하는 식이다. 기내식, 수하물 없이 항공권 3장에 55만원 정도. 숙소를 이리저리 알아보는데 내 손은 저절로 검색창에 '도부츠엔마에'역 부근을 입력한다. 밤이 되면 세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다. 아, 여전히 싸다. 집사람이 묻는다. 여기 동네 괜찮은 곳이야? 응..그건 아닌데 그래도.. 라고 말하며 얼른 난바, 우메다쪽으로 다시 검색한다. 시내 중심가와 가깝고 밤 9시쯤이면 무료로 라면을 끓여준다는 호텔을 예약했다. 다다미 방이 없어서 부득이 퀸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을 골랐다. 지금까지 바닥에서만 자던 아이가 침대를 불편해한다면 온 가족이 침구를 들고 내려와 바닥에서 자야할 판이다. 오늘부터 침대에서 재우는 훈련을 시켜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마 첫날 오후 7시쯤 오사카 시내를 도착하여 도톤보리쪽 식당이나 돈키호테나 좀 둘러보고 숙소에서 주는 라면을 먹고 잘 것 같다. 오사카주유패스를 미리 사서 둘째날에 사용해야 될 것 같다. 혼자 갔을 땐 주유패스 2일권을 알뜰히 잘 써먹었다. 집사람은 오사카쪽을 가본 적이 없다. 여행 시즌2가 시작되기 전에 지난번에 찍은 사진들과, 집사람에게 꺼내봐야 핀잔만 들을만한 이야기를 독백으로 남기려고 한다.
"여긴 전쟁박물관인데 이런 전시물 앞에서 30분가량 서서 생각에 잠기면서 전쟁, 평화, 식민지, 독립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건 어때? 10초만 지나도 아이가 보챌꺼라고? 음.. 그럴 것 같긴 해. 결국 제로센 비행기나 조금 보다가 10분만에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오게 되겠지. 알았어. 여긴 가지말자."
"식물원은 참 좋아할거야. 전국의 아이들이 그려놓은 꽃 그림도 좋아할 것이고, 식물원 옆 분수가 나오는 공원도 참 좋아할 것 같아. 혹시 모르지, 저렇게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애 옆에서 우리 아이도 그림을 그린다고 할지. 뭐? 이런 건 대구에도 있다고? 그래, 여긴 가지 말자."
"일본 산업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야. 오사카는 옛날부터 상인들의 도시라서 여기서 시작된 회사들이 많지. 이 포스터를 봐. 이건 일본의 광고 역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니까. 대단하지? 뭐라고? 이게 뭐 재밌냐고? 알았어. 여기는 가지말자."
"여긴 민속촌처럼, 옛 건물들을 실내에 재현해놓은 곳인데 일본 옷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기에 참 좋아. 아이도 참 좋아할 껄. 예전 양식의 화장실과 주방, 욕실도 재현해 놓았다니까. 주기적으로 실내가 어두워지면서 소나기가 내리는 분위기도 만들어준다고. 그럴 땐 근처에 있는 집 마루에 걸터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겠지? 근데 저 여자들은 누구냐고? 음.. 나도 몰라. 심령사진인가봐."
"맛있겠지? 아이고 말도 마, 메뉴판을 보니 너무 값이 싸더라고. 오코노미야키 한 장에 480엔이라니. 우리나라 일본 분위기 나는 식당에는 적어도 1만원쯤 하잖아. 그래서 사이즈가 작을 거라 생각하고 3장이나 시켰지. 주문한 거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라긴 했는데 생맥주 5잔쯤 곁들이니 양이 딱 좋던데? 교토에 가면 여기 꼭 들르자. 뭐? 교토는 많이 걸어야 하니 별로라고? 그래서 나라에 사슴이나 보러가자고? 아.. 그래 아이는 역시 사슴 먹이주는 걸 더 좋아하겠지. 그래. 여기도 못 가겠네."
"여긴.. 오사카주유패스의 쿠폰을 사용하면 할인을 받았던가.. 무료로 갔던가.. 하여튼 괜찮은 온천에서 목욕하고 나오면서 본 길이야. 목욕탕 이름이 스파 스시에였던가 그럴꺼야. 오사카의 한적한 밤거리를 이렇게 걸으면 참 운치있을것 같아. 뭐?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는 그만하고 숙소에서 씻으면 된다고? 아, 참 목욕탕이 딸린 호텔을 예약했지.. 알았어 여기는 가지말자."
"나라에서 1박 하는거지? 사슴이 공원에 지천으로 뛰어노는데 그게 참 장관이라니까. 센베 과자 사서 들고 있으면 사슴이 몰려든다고. 그 때 혹시나 난폭한 놈이 있으면 아이가 다칠 수도 있는데 조심하라는 안내판이야. 사슴 사진은 어디가고 표지판만 찍어놨냐고? 이번에도 찍으라는 사슴이나 아이는 안 찍고 표지판 같은거나 찍고 있으면 화낼꺼라고? 알았어."
"지난 번에 나라에 갔을 땐 도다이지東大寺에 야간 입장이 가능하더라고. 이게 엄청난 장관이거든. 이번에 나라에서 1박하게 되면 밤에 가고 아침에 또 들어가보자. 뭐, 그 많은 사진 중에 볼만한 사진이 이것밖에 없다고? 아, 그래. 하나라도 있으면 됐지 뭘."
P.S. 조금만 걷다보면 안아달라 업어달라 보채는 아이를 데리고 가는 가족여행입니다. 3박4일 일정으로, 첫날은 저녁에 도착하여 시내구경 후 시내에서 숙박, 2일차에는 종일 오사카 관광 후 시내에서 숙박, 3일차에는 나라쪽으로 이동하여 관광 후 숙박, 4일차에 눈뜨자마자 공항으로 이동 예정입니다. 괜찮은 코스나 장소, 식당 있으면 추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