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줄이 종종 말썽이다. 시계를 오래 쓰다보니 시계줄 사이에 끼인 바넷봉이라는 놈이 늘어지고 구부러져서 시계줄이 자꾸 빠진다. 시계방에 가 보진 않았지만 왠지 공임으로 5천원은 줘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로 가서 시계수리 세트를 샀다. 옆에서 보니 별 것 아닌 것 같던데 까짓거 내가 한 번 해 보지 뭐.
요렇게 생긴 놈인데 가격이 약 15달러, 14종의 공구가 있고 교체용 바넷봉도 몇 종류 들어있다는데 다른 기능은 전부 필요없다. 다만 시계 뒷판을 열어서 배터리를 교체하고 시계줄과 본체를 연결하는 바넷봉을 교체할 수 있으면 족하다. 보통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오는 배달은 항상 내가 주문했다는 사실마저 까먹을 때쯤 도착하게 되던데 이번에는 왠일로 나흘만에 도착했다.
주문하는 김에 추가로 바넷봉을 더 샀다. 사이즈별로 10여개씩, 9종류가 들어있는데 단돈 2달러. 앞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혹시 시계줄 교체할 때 되지 않았나요?' 물어보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이 물건은 주문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추적도 되지 않아 그저 기다려야 한다. 주문했다는 걸 잊을 때쯤 되면 도착하겠지.
어제 올린 포스팅에 나온 시계도 이 키트를 이용해서 바넷봉을 교체했다. 손을 얌전히 가만두지 못하는 산만한 성격이라 그런지 시계 본체 연결부의 바넷봉이 잘 부러지거나 굽어버리는 일이 잦다. 오늘은 석달째 방에서 잠만 자고 있던 시계를 꺼냈다. 역시나 세이코다. 세이코의 저가 라인 브랜드인 ALBA 상표가 찍혀있다.
14종 수리키트 중에 사용된 물건은 바넷봉과 긴 작대기 뿐이다. 그래도 시계수리 도구와 도구함을 갖고 있으니 시계수리 장인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