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준비

cyranodcd(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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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더이상 당신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요즘의 격언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경제권 자체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내가 그것을 확신한 것은 조선업의 붕괴와 한국GM 철수 파동을 보고 나서이다. 특정한 거대기업에 의해 생겨난 경제권은 거대기업이 붕괴하거나 손을 떼는 순간 같이 무너져버린다. 일종의 해고다. 준비 없이 찾아온 경제적 재난은 수많은 사람의 생계를 위협한다. 경제권 자체도 큰 영향을 받는데 하물며 개인은 어떠하랴. 과거에 비해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말로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정도의 시련이며 난관이 되었지만,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래서 요즘 '퇴사 준비'가 유행한다. 퇴사 준비는 퇴사 후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새로운 기술을 연마할 수도 있고, 지금의 직장에서 얻은 것들을 정리해 체계화할 수도 있으며, 평소의 취미를 살리는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탐색만 제대로 한다면, 길은 생각보다 많다. 즉, 성인이 되어서야 하게 되는 최초의 진로 교육이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진로 교육이라는 것은 평소 학생의 적성이나 흥미에 상관없이 자신의 수능이나 내신 성적에 따라 합격 확률이 높은 상급 학교를 고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갈 때도,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를 갈 때도 그러하였다. 그러다보니 직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선택을 하게 된다. 학점을 따지고, 영어시험 점수를 따진다. 하지만, 직장은 학교와 다르다. 배우는 곳이 아니라 써먹는 곳이다. 교사 혹은 교수/학생의 이분적 구조가 아니라 복잡한 직장 구조가 있다. 때로는 불규칙적이기까지 하다. 이 차이를 느끼면서 직장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문득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틈이 생긴다. 그 틈을 메울 수 없게 되었을 때 퇴사를 선택한다. 학창시절 받아온 진로 교육이 완전히 실패하는 순간이다. 나가야할 것 같아서 나갔는데 나간 다음 일을 생각하려니 머리가 새햐얘진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퇴사 준비'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엄밀히 말하면 퇴사가 아닌 '졸사(拙事)', 영어로 하면 '웰리빙(Well-Leaving)'을 위한 준비이다. 학교에 입학과 졸업이 있는 것처럼, 회사도 언젠가는 졸업을 할 때가 온다. 이래나저래나 회사에서 나갈 수밖에 없으니, 회사에 있을 때 미리미리 '떠날 준비'를 잘 해서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퇴사 준비이다. 준비 없이 회사에서 나와서 그동안 모아둔 돈 가지고 무리해서 가게 같은 것을 내다가 망하는 일을 미연에, 최대한 방지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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