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그것은 정말 애국이었을까 - 나의 극우 가정사

cyranodcd(51)
Published in
#busy
Words
407
Reading
2 min
Listen
Play
8y

IMG_0016.JPG

이 책은 미국 극우의 실상을 고발하는 책이다. 1950년대부터 미국 각지에서 활동한 극우단체 '존 버치 협회'와 그 일원들이 미국 사회에 가진 왜곡된 시선과 그에 따른 행동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공화당에서 큰 목소리를 냈고, 또 버려졌는지를 보여주면서(이들은 결국 제3당을 조직하여 독자세력화의 길을 걸었다.) 현대의 미국에게 극우적 가치의 위험성에 대해 거듭 경고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사회에도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대한민국은 얼마 전까지 극우의 목소리가 득세한 나라 아니었는가. 자유한국당은 미국 공화당과 다르다. 미국 공화당은 1964년 대선에서 역사적인 참패를 겪고 극우의 색을 빼는 것을 시도하였지만,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의 탄핵으로 치뤄진 2017년 '장미대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극우로의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책은 한 여성이 가족의 가치관과 현실 가치관의 괴리를 경험하면서 겪는 성장담이다.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부모의 폭력과 억압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추구해가는 이야기이다. 존 버치 협회의 활동에 일생을 바친 아버지는 가정에서도 매우 가부장적이었다. 아버지라는 인간은 자식들과 조그만 의견의 대립도 용납하지 않았고 쉽게 폭력을 행사했으며,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두둔하는 것을 넘어 열렬히 찬동하였다. 딸이 제출한 레포트가 우수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존 버치 협회의 사상과 맞지 않는다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예사다. 딸이 배우는 교과서가 '자신들 편'을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를 찾아가 민폐를 끼쳤고, 그 결과 저자는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해야 했다. 더욱 절정인 것은 딸이 일리노이 주 장학생으로 뽑혀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으면서 대학에 갈 기회를 잡았음에도 단지 '빨갱이'라는 이유 하나만을 내세워 장학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들어 딸의 앞길에 진흙을 뿌려버린 아버지의 행태이다. 이 부분은 독자를 분노하게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현실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생각으로 행동한다. 때로는 부모와 갈등하고, 폭력에 울고, 또 후회하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의 가치관과 행복을 추구하면서 극우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다.

박근혜가 탄핵되던 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보면서 일희일비하던 시민들과 다르게, 태극기 집회에서는 극우 인사들이 발언을 계속하고 있었다. 특히 이정미 재판관이 주문을 읽고 있을 무렵, 그와 동시에 태극기 집회 단상에서는 이런 발언이 나오고 있었다.

"(전략) 저는 지금의 이 현상을 만들어낸 우리의 교육을 다시 반듯이 세워야 합니다! 교육은 지금 혁명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교과서로 배울 지 어떻게 알았으며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전부 종북 간첩 새끼들인 줄 어떻게 알았습니까! 여러분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온갖 힘을 다 들여서 기른 내 자식들이 우리들과 다른 생각을 해서 허구헌날 부모와 자식이 싸워야 하는 이 상황이 억울하지 않습니까!"

마치 저자의 부모가 책에서 튀어나와 태극기 집회에 간 것 같다. 부모와 자식, 피가 이어져있다고 해도 결국은 타인이고, 타인인 이상,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다른 생각들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맞춰나가는 것이 토론이고, 또 소통이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이루는 중요한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부모도, 태극기 집회의 발언자도 그 단순한 진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극우에 대한 경고를 하는 정치적인 책이 아니다. 누군가의 부모라면 한 번쯤은 읽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