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으로 인해, 지난 해부터 화두에 오르고 있던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페미니즘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정확히는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다.
19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미국의 여성주의 활동가 루시 스톤이 여성의 참정권 획득이라는 같은 목표를 지니고 활동하고 있던 수전 앤서니, 엘리자베스 스탠튼과 결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여성 참정권'에만 집착하여 연대할 대상을 잘못 판단한 것에 의해, 대중들에게 "이들이 여성 참정권 획득을 주장하는 이면에 다른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앤서니와 스탠튼은 여성 참정권 운동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인종 차별주의자인 조지 프랜시스 트레인과 손을 잡았다.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흑인도 참정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레인과의 연대는 역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실수에서 배우지 못한 앤서니와 스탠튼은 다른 논란거리를 품고 있던 여성 인사인 빅토리아 우드헐을 여성 참정권을 지지한다는 이유 하나만 보고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의도가 오해를 받게 만드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였다. 결국 앤서니와 스탠튼의 여성 참정권 운동은 실패를 거듭하며 점점 쇠퇴해갔다.
나는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앤서니와 스탠튼이 범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지위 향상만을 말하며 다른 소수자가 받는 불이익에 눈을 감으며, 자신들을 지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추문을 가진 인사, 혹은 집단을 받아들여서 그 인사나 집단이 한국 페미니스트 전체의 얼굴이 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 말이다.
원래 이 글은 지난 금요일에 포스팅할 생각이었지만, 타이핑 직전에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다른 날로 미루고 준비하고 있던 다른 글을 대신 올렸었다. 마침 그 날은 스팀잇의 접속 장애현상이 발생했고, 간단하고 짧은 글을 올리는 것도 겨우겨우 해냈던 때였다. 당시에는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정돈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속도도 느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글을 올리려다가 계속 실패하면서 짜증만 누적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