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정신과 의사에게 한번은 '자폐증' 의심, 또 다른 한번은 '아스퍼거 증후군' 의심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나에게 이득이 된 방향으로 사용한 것은 징병신체검사에서 신체등위를 4급으로 낮출 때 뿐이었다. 예비군 훈련을 면제받게 된 것은 국가의 법 개정으로 인해 내가 혜택을 본 것이고, 적극적으로 나의 정신적 문제를 주장한 것은 아니다.
그 외의 부분에 있어서, 나의 정신과 치료병력은 숨겨야 하는 대상이었다.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이후, 직업교육을 다닐 때 찾아온 도우미에게 나의 상태를 말했을 때 돌아온 답은 "그거 말하지 마세요. 절대 안 뽑아줍니다."였다. 그래서 나는 자기소개서에서도 정신과 치료에 관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운이 좋아 서류전형에서 통과해서 면접을 보러 갈 때, 나의 공익근무요원 판정 사유를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충 '사고'라고 얼버무렸다. 면접이야 떨어지는 일이 일상다반사이고, 기업도 면접 탈락자에게 사유를 잘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취업활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이 항상 통할 수는 없었다. 특히 면접에 통과하고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면 말이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면접에 합격한 일이 있었다. 핸드폰 유통업체였다. 하지만, 나의 회사 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나와 내 담당 팀장님, 이렇게 둘만 있는 자리에서 나는 내가 신체등위 4급판정을 받게 된 진짜 사유를 말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었을 것이다. 팀장님은 나에게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말씀을 하시며 이러저러한 말을 하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당시 팀장님의 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5의 스트레스를 받을 걸 너는 50의 스트레스를 받아. 이 일을 하다 보면 너에게 험한 말을 할 사람들이 많을 텐데 너 버틸 수 있겠냐?" 였다. 팀장님은 나를 본 지 3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나의 성격상의 문제점을 꿰뚫어보셨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걸 면접장에서 말하지 않은 것은 위장 취업에 해당한다."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이 두 말을 들은 나는 결국 3일 만에 그 회사에서 나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 두 가지 말이 상징하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내가 그 말들의 의미를 정확히 깨달은 것은, 어느 순간 내 집에 있던 책 한권이었다. 「나의 라디오 아들」이라는 책이었는데, 그 책의 주인공 '벤'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면서였다.
나는 나의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진실을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일 내가 진실을 말한다면, 그건 나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깨닫는다. 그것은 나를 죽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진실을 숨기면서 살아간다는 것, 그게 바로 나를 죽이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