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도 밝힌 것처럼, 제가 처음으로 혼자 설 연휴를 보내면서 한 일이 혼자서 VOD로 영화보기였습니다. 「극장판 포켓몬스터:너로 정했다!」지요. 개봉 사실이 처음 공개된 2016년 12월부터 쭉 보고싶었던 영화였고, 한번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아이들이 감상에 방해가 될 것 같고그, 아이들 옆에 어른 혼자 끼어서 보기 좀 부끄럽기도 해서 혼자서 진득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무한도전 하우스 IN&OUT 특집에서 박명수와 양세형, 그리고 하하가 조세호 집에서 VOD로 영화 「다운사이징」과 「강철비」를 보는 장면이 재미있어보여서 그냥 VOD로 감상했습니다. 이 글은 제가 VOD로 본 첫 영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극장판 포켓몬스터:너로 정했다!」(이하 「너로 정했다」)는 포켓몬스터 탄생 20주년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작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일본 기준으로 1997년에 방송을 시작한 '애니메이션의 20주년'이지요. 사실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영화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매년 7월 중순(한국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영화는 2011년 이후로 지속적인 흥행 부진을 겪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영화는 개봉 당시에 TV로 방송중인 내용을 기준으로, 주인공 지우가 '환상의 포켓몬'이라고 불리는 포켓몬과 만나 온갖 사건에 휘말린다는 플롯으로 전개하고 있었습니다만, 19년이 넘는 시간동안 같은 플롯을 계속 사용하면서 어느 순간 같은 클리셰나 패턴들이 반복되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지요. 결국 영화 제작진은 특단의 대책을 세우게 됩니다. '리부트'를 결정한 것이지요. 반복된 실패로 기대치가 낮아진 상태에서 나온 리부트 소식은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너로 정했다」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에피소드. 즉, 주인공 지우가 10살 생일을 맞아 포켓몬 트레이너로서 여행을 떠나는 첫날부터 시작합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오박사님 연구소에 남은 포켓몬인 피카츄를 받게 되지만, 피카츄는 지우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깨비참 무리의 습격을 계기로 피카츄가 지우에게 마음을 열고, 하늘을 날아가는 신비한 포켓몬을 보게 된 이야기 말이지요.「너로 정했다」는 이 첫 에피소드의 리메이크부터 지우와 피카츄가 목격한 신비한 포켓몬 '칠색조'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엮은 이야기입니다.
「너로 정했다」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첫 시즌의 리부트격 내용이고, 첫 시즌의 에피소드에서 차용된 장면들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내용은 첫 시즌을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첫 시즌의 또다른 주인공들인 이슬이와 웅이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이지요. 그 대신, 이야기의 포커스를 온전히 지우와 피카츄에게 맞추고 있습니다. 지우와 피카츄의 우정, 포켓몬 트레이너이자 모험가로서 지우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보면 여러가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부 캐릭터의 행동이나 대사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단점입니다. 특히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덕훈 할아버지'는 솔직히 왜 넣었나 싶은 캐릭터입니다. 칠색조의 전설과 상황설명을 위해 나온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상황설명을 하는 때를 제외하면 지우 일행과의 교류도 적고, 대사도 상당히 뜬구름을 잡습니다. 결정적으로 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했기 때문에 덕훈 할아버지에 관해서는 좋은 평을 할 수 없군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비판점이 있지만,「너로 정했다」를 설 특선영화로 선택한 것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1회부터 챙겨본 팬으로서 가장 보고싶었던 내용 중 하나인 '칠색조'를 다루어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이기 때문이지요. 「너로 정했다」스토리의 최대의 키를 쥐고 있는 전설의 포켓몬 '칠색조'는 사실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 처음 방송될 당시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다루어진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TV 애니메이션에서도 피상적으로만 다뤄지고, 영화에서 여러 번 칠색조를 소재로 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히 무산되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년만에' 영화에서 칠색조를, 그것도 리부트와 함께 다뤄준 것이 어떤 면에서는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