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긴 모험은 제 손에 비와이폰의 매도가 2만원밖에 남기지 못했습니다. 비와이폰을 팔지 말았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결국 중고책을 판매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알라딘을 통해 지금까지 제가 구입해온 대학 시절 전공서적이나 소설, 자기계발서 등의 가격을 검색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도 가능한 중고책을 선별하고 그 상태를 점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비닐봉지 하나와 가방 하나에 나눠 담고 알라딘 중고서적 전주점으로 향하였습니다.
저는 중고책의 총 매도가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3만원으로 예상하고 갔습니다만, 제가 소장해온 중고책들은 의외로 상태가 좋았고, 결국 11권을 46,500원에 팔 수 있었습니다. 어제 일로 남은 현금 3만원을 합치면 위약금의 70% 정도를 확보한 셈입니다. 남은 30%는 아버님께 부탁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이건 제가 시작한 일이고, 제가 책임을 져야 하니,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출고가가 30만원 가량이었던 스마트폰은 18개월 후 중고가가 2만원이 되었는데, 새책으로 샀을 때 합계 가격이 비슷한 수준인 책 11권의 중고가는 4만원이 넘습니다. 심지어 책들 중에는 대학 시절에 구매한 전공서적들도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것은 기술집약적 제품과 콘텐츠 제공적 제품의 차이인 것일까요?
기술이란, 더 빠르고 효율적인 기술로 항상 대체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이 점점 기성 네트워크 시스템의 대체가 되어가는 것처럼요. 하지만, 콘텐츠는 누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가 과거부터 쌓아올린 철학, 역사, 음악, 미술, 그리고 수많은 상상들이 현재를 거쳐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요.
빌 게이츠가 말했다는 콘텐츠가 왕이다.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를 거쳐 누적되어가는 콘텐츠를 가지는 것. 그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