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9일 저녁 7시 50분경, 나는 가족, 그리고 아버님 지인분과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러면서 초조하게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입으로는 고기를 씹으면서 눈은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8시가 되었다. 출구조사의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의 압승. 나는 속으로 "예스!"하고 외쳤다. 육성으로 외쳐도 되겠지만, 다른 손님들도 계시니 예의를 지키는 차원에서 정숙했다. 그 날은 내가 투표권을 얻고 치뤄본 모든 선거 중 가장 행복한 선거날이었다. 문재인도 문재인이지만, 내가 지지한 당과 후보가 당선된, 사실상의 첫 경험이었으니까.
사실 선거 승리로 행복해본 경험은 2017년이 처음이다. 내가 투표권을 얻고 처음 치뤄본 선거는 2008년 18대 총선부터이다. 당시의 나는 투표는 해야한다는 개념은 있었지만, 정치에 대한 이해 같은 것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무효표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버렸다.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도 그러했다.
선거에서 처음으로 진심이 된 것은 2012년부터이다.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것부터 시작되었다. 민주통합당은 여러 악재(김용민 막말 파문이나 이후 박근혜 정부에 협력하는 길을 걸은 미니정당 '정통민주당'의 발악.)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하였다. 민주통합당 패배와 함께 나는 처음으로 선거로 '배신감'이란 감정을 경험하였다. 나는 비례표를 진보 세력의 성장에 쓰자고 생각하고 통합진보당에게 줬지만, 그들의 추태를 눈 앞에서 보고 말았다.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사건. 진보 세력 전체가 둘로 갈라진 시작점이고, 통합진보당 파멸의 시작인 바로 그 사건. 나는 "이런 거 보자고 통합진보당에게 비례표를 줬단 말인가?"하는 배신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18대 대선. 그렇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만' 그 선거이다. 문재인 후보의 패배가 확정된 이후 며칠 동안, 이른바 '선후 우울증'을 앓았다. 그 정도로 총력전이었다. 그리고 이 패배는 나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우울의 시작이었다. 그 우울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2016년. 문재인 당시 당대표의 노력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당되었다. 나는 당이 둘로 쪼개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나는 국민의당을 만든 이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모든 상황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많은 이들이 새누리당이 무난하게 180석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그리고 20대 총선이 치뤄졌다. 그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으로 우뚝 섰다.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였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호남을 거의 다 국민의당이 차지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겼지만 내 지역구는 졌다. 영화 「올드보이」의 이 대사 같은 기분이었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쫓겨나고, 대통령 선거를 당겨 치르게 된 2017년 5월에서야 나는 완전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1달 후인 6월 13일에는 민선 7기 지방선거가 열린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지방선거에는 관심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투표권을 처음 얻었을 때처럼,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버린다. 하지만, 여러 선거를 겪어본 지금은 내 지역에서 어떤 인물이 출마하는가에 대해서 살펴보는 편이다. 몰입도는 대선이나 총선보다는 낮은 편이다. 그래도 "당선되지 않으면 곤란한" 후보가 있으니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