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할아버지/노자규
출처 : 골 목 안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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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할아버지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
우산 셋이 ♬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
파란 우산 ♪
찢어진 우산 ♪... “
빨깐비! 파란 비! 노란 비!
하늘에서 색깔별로 예쁜 비가 오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손 구르마에
우산을 가득 실은 채 말입니다
“비가 와요.... 비가 와.....
우산들 가져가세요 “
“아이고 감사합니다
잘 쓰고 갔다 드릴게요 “
“그래요
아가씬 빨간 우산이 좋겠구먼... “
“어이 학생은 덩치가 크니까
이 검정 우산으로 가져가게...”
분주한 아침 출근길에 만난 비를
할아버지가 주신 우산 덕분에
사람들은 달뜬 표정들을
매단 채 사뿐히들 걸어 갑니다
하얀 햇살이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버려진 우산 들을 수선해
또 다른 사람들의
우산이 되어주기 위해
비바람에 찢어진 우산과
버려진 우산을 고치고 있습니다
“ 꼬마 손님 여기 다 고쳤어요
조심히 잘 쓰요 “
늘 그렇게
사랑에 우산은
수선비도 대여료도
할아버지의
몫이 된 지 오래 인듯합니다
오늘 저녁
퇴근 무렵엔 비가 오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전에 빌린 우산 여기 있어요 “
“벌써 가져왔어....
요즘 장마철이라
더 쓰고 가져와도 돼요... “
“할아버지 힘내세요 ”라며
우유 하나를
건넨 뒤 총총히 사라져 갑니다
이렇게
할아버지에겐
사공 없는 나룻배만 띄어놓다 보니
오늘보다
힘든 내일이 기다릴 뿐인 것 같습니다
밤새 내린 비가 말하기도 전에
거리에 먼저 나와있습니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페이지가 아니길 바라보며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온 할아버지는
오늘도 비속에서
사랑의 우산을 펼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우산을 나누며
사랑하게 된 이유가 있답니다
하루살이 별들이
새벽녘에 떠밀려 갈 때
몸져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두 손자가
신문배달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잠을
뒤로하고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영철아! 영민아!
비가 올 것 같으니
우산들 쓰고 나가렴....
“네에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부모 없이 자라는 손자들이
눈썹에 걸린 눈물이 된 지 오래입니다
형의 깨진 도시락을 싼
하얀 보자기는 늘 얼룩이져 있기에
“형아!
다음 달 형 생일 때
시장 가서 예쁜 도시락 하나 사자.. “
“뭐 할라꼬.. 중학교 갈 때 사면된다
니 구멍 난 운동화나 하나 사 신어라.. “
까만 새벽별 보고
나가는 형제의 마음속에는
타다만 종이 같은 현실 앞에서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저 별도
부러운 듯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행복마저도
할아버지에겐 욕심이었나 봅니다
그날 빗길 사고로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땐
아침에 쓰고 나간 우산 두 개가
바닥에서 뒹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면
뭐라고 말할까요,,,,이 아픔을,,“
그날 이후
할아버지의 삶은
형광등 앞에 거미줄이 되었지만
못다 준 사랑을 우산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아픔을 달래며
살아가고 있는 거랍니다
“사람들에게 우산을
나눠줄 때가 난 제일 행복해요
우리 영철이 영민이가
쓰고 가는 것 같아 “
낮에 떠는 달처럼
서로가 마주 볼 수 없는 시간 위에서
애써 웃어 보이지만
구부정한 등골 안에 구겨 넣은
아픔은
감춰지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암과 싸우면서도
버려진 우산을 수선해
경로당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증한 우산이 오천 개가 되어갈 때쯤
모래알 움켜쥐듯
손가락 사이로
빠져 버린 시간들 넘어로
불면의 아픔이 스며든
회색 거리 한편의 여백을
보금자리인 컨테이너 안에
남겨놓고는
우산 할아버지의 사랑도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산할아버지의 머리맡에는
손자가 다녔던 학교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는 편지와
그동안 고마움을 표시한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준 모아준
돈이든 가방이
함께 놓여져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산할아버지 앞을 지날 때에는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
우산 셋이 ♬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 “
어디선가 이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