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에 가장 아름다운 재회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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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 가장 아름다운 재회
조그만 호수공원 앞
가족과 연인들의 낭만의 거리 한 모퉁이에서
서두럼 없이 한가로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그려주는 남자가 있습니다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추억을 그려주는 남자는
그날의 추억들을 그려
행복한 웃음 한 모금을 얹어
가지고 가는 사람들의 가슴속을
온기로 가득 채워 보내곤 했답니다
돈은 받지 않지만
고마움에 표시로 한 푼 두 푼
모인 잔돈푼 들이
할아버지의 생활비가 되고
꾹 눌러쓴 모자 속엔
말하지 않아도 지나온 아픔들이
고스란히 얹혀져 있다며
지나는 바람이 전하고 갈뿐입니다
“할아버지
이쁜 추억 만들어주세요 “
“앉아보세요
오늘 이 순간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꼭 붙들어 드릴게요.....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늘 기침은 아침 인사와 같이 와서는
잠들기까지 곁에 머문 지가
꽤 오래 인 것 같습니다
“이보게 김화백,,
웬만하면 병원에 한번 가봐.. “
늦은 밤이 되어서야
캔버스를 정리하고 있을 때
“아빠 저 왔어요 같이 들어가요..”
“왜 이리 늦었어
내일 모래 대학생이 될 사람이...”
아빠는 틈틈이 도서관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로 입학금까지 마련해
다음 달에
대학에 들어가는 딸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그 다음 날
병원을 방문한 아버지와 딸에게
내려지는 “ 폐기종“진단
집에 돌아온 아버지 앞에
딸은 봉투 하나를 내밉니다
“아빠 이 돈으로 수술부터 먼저 하세요”
“무슨 소리야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안된다 그건....
이 아비 걱정 말고 얼렁 대학 나와서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이나 가.... “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는 표식인 양
헛기침 소리 서너 번을 한 후
사금파리 되어 맺히는 아픔을 뒤로하고
대문을 열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아버지
또 다른 하루가 지난 어느 날
딸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 00년도 입학금이 완납되었습니다”
-00 대학교-
딸이 건네 돈을
기어이 학교로 보내고 온 아버지는
오늘은 비가 와 거리에 추억 그리는 일도
망친 것 같아 손때 묻은
화방도구를 청소하고 있습니다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아버지의 핸드폰으로 전화벨이 울립니다
“김학수 씨죠
내일이 수술 날짜인 거 아시죠
검사할 것도 있고
00시 까지는 나와주셔야 합니다
저녁 9 “00
이후부터는 금식하셔야 하구요... “
“그 참 나 수술 안 한다고요
아니 돈이 없어 못한다고요.. “
“따님이 수술비를 완납하셨는데요”
“뭐요..”
우여곡절 끝에 마주 선 수술실 앞
그 안과 밖 문턱 하나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로
다가오는 아픔에 아버지와 딸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사랑한다 딸...”
마지막 인사 같은 고백을 하는 아버지
마주 잡은 그 손을 차마 다시 잡지 못할까 봐
쉬 놓지도 못합니다
생과사의 시간이 흐른 후
회복실에 누운 아버지
의식이 차츰 돌아오시는 듯하더니
“여보,, 여보... 보고 싶소”
이별의 아픔 속에서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되는 것일까
보고 싶어 이름만 속으로 샥혀내며
굳은살처럼 박혀있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꽁꽁 숨기고 살아온 아버지의 진심 앞에
딸은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습니다
몸에 난 상처 건, 마음에 난 상처 건,
다 "아픈 것"같은가 봅니다
"이별의 아픔을
잊는 약을 파는 곳은 없나요 .."
"지워버릴 수 있는 지우개는 없을까요 .."
그렇게
밤새 두레박줄 내려도
아버지의 가슴 저 밑바닥에
닿을 수 없는 이별의 아픔이 덫에 걸린 듯
다가서는 밤을 한번더 보내야만 했습니다
오늘은
엄마의 65번째 생신입니다
40년을 한결같이 시장 노점에서
하루 땡볕과 함께 일생을 보내시며
저를 키우신 나의 어머니
“엄마 미안해
내년 생신 땐 꼭 같이 여행가요“
“아니다..
아픈 바람에 네가 힘들게
모은 돈 병원비로 다 써버렸으니..
늙으면 죽어야지.. 질긴 목숨 살아서
자식 앞길 막는 건 아닌지... “
아파서 하루를 백 년같이 누운 내 엄마
자식 걱정하다 안으로 주름져
마음의 윤기마저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식는다... 빨리 밥 먹자”
벽에 걸린 빛바랜 사진 한장을
사무치게 올려다 보시더니
아픔이 한 뼘이라면
슬픔은 두 뼘인 듯 울지 않아도
슬플 수 있다는 게 이때인듯 합니다
산다는 건
이렇게 말없이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초등학교 입학식 날 찍은
아빠 엄마 그리고 여동생 사진을 보면서
지난 이별 앞에서 무수히 작은 눈물로도
그 시린 못 자국을 뺄 수 없었나 봅니다
"국 식는다 어이 먹어..
어거지로 숨 쉬는 이하늘 아래에서
오직 자식만 바라보며 사신 엄마가
언제부터인가 끓여주신 국이
맹탕국입니다
오늘도 난
엄마의 향기로 간을 하며 밥을 먹습니다
“엄마
오늘 엄마랑 꼭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
평생을 시장의 좁고
질퍽한 반평의 땅바닥을 지키며
사신 엄마와 나서는 이 길엔 딸의
미안함이 먼저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란히 애틋한 시간을 묻어가며
버스를 타본 기억이 언제인지..
창밖을 보며 아이처럼 지나는 풍경에
기억 저편으로 행복을 저장하고 계신다
“엄마
고마워 옆에 있어줘서,.”
“내가 더 고마운데,,,,,
“엄마는 언제 행복해”“
“너랑 있을 때... “
딸은 엄마의 그 말을
마음으로 다시 한번 곱십어며
“그래! 바로 그게 행복이었어.... “
가족은 같이 있을 때가
제일 큰 행복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을 해 봅니다
행복을 다발로 묶은
엄마와 딸이 멈춰 선 곳은
누구를
오랫동안 기다린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아무도 머문 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빈 의자가 놓인 앞이었습니다
“엄마...
여기 잠시만 앉아 계세요”
황량한 구름 한 점 얹은 코발트빛 하늘이
떠난이의 아쉬움을 말해주려는 듯
빈 의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때
“언니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아빠 저 왔어요
엄마랑 같이 왔어요... “
그 말에
웃어 본 지 오래 인듯한 녹슨 입가에
가난한 집 창문처럼 미소를 머금은채
“보고 싶었소 “라며
장미꽃 한 다발을 내밀어 보입니다
고달픈 세상에 나부끼며
시달려온 아내에게 말입니다
“그 말은
여자가 듣고 싶을 때 해줬어야죠..”
기다려본 사람은 그 마음을 아는 걸까
“내가 죽기 전
마지막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당신이었소”
세상의 눈물 위를 지나 마주 선 두 사람
지친 하늘도 안다는 듯 눈시울을 붉힙니다
회한에
삽질하던 부질없는 날들을 뒤로하고
25년 만에 다시 함께 모인
“ 네 사람”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에 가슴에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잊힌 세월을
다시 찾아주려 그려지는 붓위로
남편의 행복한 미소가 다가가
살며시 안아줍니다
“당신은 사십 년 전 그때와 변한 게 없어... “
“저양반이,, 나이 들더니
내일 당장 안경점에 가서 안경부터 바꿔요.. “
아빠가 그리는
캔버스 이젤 옆에서 엄마를 바라보든 두 딸의
입가에도 행복이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 두 사람은
이별이 준 아픔의 크기는 다를 수 있지만
다시 만난 행복의 크기는 같은 것 같습니다
추억은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간직하기도 하나 봅니다
이별에 아파했지만
다시 찾은 사랑이 달콤해서일까
두 사람은 하늘에 구름을 타고 있는 듯
사랑의 온도계는 올라만 가니까요
“당신과 이별한 후 난 낙담하지 않았소
이렇게 다시 만날 재회를 위한
이별이었어니까 말이오.. “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서
다시 찾은
네 사람의 행복은
다시 또 시작되려나 봅니다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