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지 않는 전화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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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지 않는 전화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 것만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손주들을 어루만지고도 싶고
쌈짓돈으로
양말 한 켤레 사탕 한 봉지
손주에게 줄 선물을 싸놓고
손꼽아 기다려도 말입니다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리며
적적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할머니는
길가에 먼지 먹고 자란 꽃들처럼
빈 골목을 돌고 나온 바람이
되어갔습니다
“할머니 오늘 학교에서
짝지랑 다 텄어요,,“
“그래니
귀여운 내 새끼
기분이 별로인 게로구나 “
“그래도
그저껜 선생님께 칭찬 들었다며...
그날을 생각하려무나.. “
“ 할머닌
우리의 이야기들을 아침 점심 저녁
차곡차곡 쌓아두시나 보다..... “
“이 늙어버린 몸뚱이 안에는
기쁜 날도 아픈 날도
그리고 너처럼
16살에 나도 기억하고 있단다 “
“다음에
할머니 16살 때 이야기 해주세요”
“들어줄 네가 있어니 하루가 참 행복하단다”
달빛에 고개 숙인 나팔꽃처럼
요금청구서를 들고는
엄마는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요금이 많이 나왔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얘가 벌써 사춘긴가 “
우연히 엄마는
딸의 방앞을 지나다
통화하는 얘기들을 듣게 되었고
절실한 누군가에 가슴에
행복의 열매를 심고 있었던 딸에게
엄마의 마음은
낮과 같이 밝히는 달이 되었답니다
“처음엔
저희 할머니인 줄 알았다가
나중엔 아닌 줄 알았어요 “
“그런데 왜 계속했니”
“할머니에게
세상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았어요”
“그랬구나 전화해주서 고맙다
자꾸 눈물이 나는구나 주책없이,,“
먼길을 돌고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이 행복 한 자락에도
눈물이 나는 것 같습니다
“울지 마세요
그럼
눈물의 여왕이라 불러드릴 거예요... “
“이 할미가 이렇게 이쁜 마음씨를
가진 너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구나 “
“전이미 받았는걸요
할머니의 사랑을요 “
하나둘씩 지워져 가는 저 샛별처럼
할머니의 가슴에서
외로움을 지워가고 있었습니다
“엄마,
지금 바쁘니 나중에 전화할게요 ”
아빠... 업무 중이라
나중에 전화할게요.”
“할머니, 지금 친구 만나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
소중한 사람에게
'나중에'라는 말로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길어야 3분짜리 전화이지만
당신의 소중한 그 사람에겐
세상에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소홀한 그 사람이
한때는
당신의 나침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사랑의 목소리를 전해줄
타이밍은
“3분짜리 컵라면”과 같기에
늘 함께여서 소홀했던
그 사람에게
지금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