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로맨스/노자규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naver.me/FRdTbHZ0
천 원의 로맨스
사랑을 이룰 수 없는
한 남자와 여자가 있었습니다
가난한 집 장남에게 보낼 수 없다는
완강한 부모에 뜻에 의해 여자는
원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버리게 되었답니다
마지막 헤어지든 그날
호수공원 밴치에서
영원히 당신을 기다리겠다는
남자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다시 볼 수는 없었습니다
외 바람 한줄기 휩쓸고 간 저녁
추적추적 비가 옵니다
술 한잔에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듯한
한 남자가 택시를 탔습니다
하얀 백발의
택시기사가 한마디 거들고 나섭니다
“손님,, 오늘 비 오고 이런 날
딱 한잔 하기 좋은 날이죠..
이놈의 택시만 아니면 오늘 같은 날
저도 부어라 마셔라 할 건데,,,,허허허 “
애써 술냄새 풍기는 손님에게
미안함을 감춰주려는 듯
웃어 보이면서 말이죠
“ 마음이 헛헛해서
혼자 한잔했습니다 “라며
말을 건넨 뒤 천 원짜리 지폐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남자
“손님.. 뭘 그리 적으십니까..”
“아,,, 네”
견면쩍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갑니다
“제가 사랑한 여인이 있었답니다
집안에 반대로 헤어져 다른 데로
시집을 갔는데도
이 바보 같은 놈은 아직도
이 가슴속에서 그녀를
지우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네요.... “
웃음으로 말을
건 내며 마무리해 보이지만
그 긴 그리움은 웃음으로
건네기엔 많이도 슬퍼 보입니다
혜지에게로 시작된 편지는
“숫 한밤을 건너온
내 눈물로도 지울 수 없었던 당신
이 눈물은 내가 당신에게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언어 일지 모릅니다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이
기억의 습작이 되어버렸지만
가슴에 검게 박힌 시린 못 자국을
아직도 뺄 수 없었던 이유는
내게 남은 당신의
마지막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
빈자리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넣고서야
숫 한밤을 건너온 아픔 이준
고단한 하루가
저무는 듯 펜을 내려 놓습니다
겨울 차 안의 온기에
밀려드는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있을 때
차는 이미 집 앞에 도착을 합니다
나온 요금은 21000원
간신히 지갑 안에서 버티고 있든
만 원짜리 두장과
고이 간직하려 했던
그 천 원짜리까지 내밀어줍니다
그렇게
2년이 시간이 더 흐른 어느 날
공항에 서있는
한 여인 앞으로 택시가 멈춰 섭니다
택시에 올라탄 차 여인은
애석한 표정을 마주한 채 한가로이
차창밖 풍경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때
택시운전사가 조심히 말을 건 냅니다
“외국에서 오신 모양이죠...”
“아, 네
이젠 한국에서 살려고 왔어요... “
“그래요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이 최고죠... “
하며 너스레를 떠는 사이
여자의 시선은
기사 옆 후미경 밑에 걸린
천 원짜리 한 장에 멈춰 섭니다
“웬 돈에 누가 저렇게 낙서를 했데요.. “
“하하 웬 손님께서
술 한잔 거하게 취해서는
아직도 사랑하는
그녀를 잊지 못해 쓴 편지랍니다 그려... “
가만히 들어다 보다
혜지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 순간
“저 기사 아저씨 제가 좀 보면 안 될까요..”
“그러죠,,, 뭐 ”하면서
내민 천 원짜리 지폐에
적힌 글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그녀의
눈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강변 호수공원으로 가주세요.. “
호수공원 밴치에
한 남자가 앉아 있습니다
그 남자가 머문 시간 뒤로
택시에서 내린 여자가
엇갈린 채
그 벤치에 한참을 앉았다 멀어져 갑니다
그 다음 날
다시 찾은
그 밴치에서 머물든 그녀가
공원 매점에
들러 커피 한잔을 부탁합니다
말없이 커피를 내리던 아줌마가
“아니,,, 이게 누구야,,
세월이 가도 어찌 그대로데유,,
단번에 알아보겠구먼,,,,
미국으로 시집갔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어휴 반갑구먼 반가워,,,
이리 살아있어니 보게 되네... “
말없이 미소만 건넨 체
고개만 숙이고 있는 그녀에게
“이런 말 해도 되나 몰러..
그때 그 남자 말인데,,”
“아.. 네.. 괜찮아요.. “
내가 그때 두 사람 연예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장사를 하잖소
매일 그 밴치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혼자 왔다 가는데...
짝 잃은 기러기 같아
어찌 보기가 거시기하든지,,,,,“
또 한 번
그녀의 눈에서는 가슴에 검게 시린
눈물이 떨어져
커피잔에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비 오는 저녁
그녀로 인해
긴 그리움을 건너는
이 세상이 참 좋다는 듯
그 남자는 포장마차에 혼자 앉아
소주 한잔에
긴 시름을 품어내고 있습니다
그때
핸드폰에 처음 보는
문자가 소리를 내며 들어왔습니다
“잘 지냈어..
많이 보고 싶었어
이제 내 삶에 나머지를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
그래 줄 거지
혜지가..... “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