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에 실은 사랑
“엄마는 불러도
은서와 나를 뒤돌아보지도 않고
멀리 뛰어 가버렸으니까... “
엄마 뒷모습밖에 기억나지 않아..
추운 날씨에 손녀로 보이는 두 아이를
리어카에 태우고 할머니는
폐지를 주우러 다닙니다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어묵꼬치로 달래 봅니다
아들은 교도소에 가 있고
며느리의 가출로 인해
고아원에 있든 아이들에게
유일한 보호자가 된 할머니
폐지 박스와 노령 연금으로
건건이 삶을 버티고 있는
할머니에게 덜컥 안겨버린 손녀들
아직 어린 손녀들을 집에다 둘 수 없어
리어카에 싣고 폐지를 줍는다는 할머니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리어카에 앉아
허허한 사막 같은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 중에
혹 엄마를 만날까 연신 고개만 돌리는 아이들
언젠가 다시 엄마가
하얀 봉투에 붕어빵을 사들고
올 거라는 믿음 하나 붙잡고 사는 아이들이라
낯선 희망과 부질없는 기다림뿐인
고단한 이하루도 힘들다 말하지 않습니다
무심한 하루가 문을 내린 거리를 뒤로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으로 일렁이는
간절한 둥지에 돌아온 아이들에겐
외롭지 않도록 째깍거리는 시계가
유일한 친구입니다
앉은뱅이 책상에 얹혀있는
가족사진 속 엄마를 보며
“엄마 잘 지내... “라고 묻는 손녀와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 없는
며느리 사이에서
죽은 듯 숨 쉬는 할머니의 노년에 삶은
그저 고달프기만 합니다
떠나간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달셋방 연탄불마저 꺼져버린 방에
그 빈자리는 남겨진이 들에겐
이렇게 큰 것 같습니다
연골이 닳아 걷는 것조차 힘든 할머니가
수술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혹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생때같은 내 새끼를 누가 키울까
걱정이 앞섭서랍니다
당장 떠나도 아쉬울 게 없는 인생이지만
마지막까지 살게 하는 게 아이들 때문이기에
노쇠해지는 몸 앞에서 언제까지
어린 손녀들을 지켜줄 수 있을지...
그저 엄마 없이 맞이할 내일이
힘겹지 않기를 빌어볼뿐입니다
저녁이 다되어서야 배고픈 손녀들에게
국밥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이곤
자신은 손녀들이 남겨준 국물을 마시며
배를 채우는 할머니
헐벗은 거리에서 아픔만 맞고 선 사람
그 할머니가 국밥국물만으로 버텨온
지난 어제와 오늘
주저앉고 싶은 순간
그 곁에는 손녀가 있었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아이들은 또 버려질까 봐
잠들기 전에
할머니와 자신들 손목에다 끈을 묶고
잠드는 아이들
새벽녘 할머니가 소변이라도 볼라치면
잠에서 깬 아이들은
"할머니 어디 가면 안 돼....."
"그려 걱정 말고 자.."
다녀온 할머니는 기다리다 잠들어버린
손녀의 손목에다 다시 끈을 묶습니다
무시로 흐르는 눈물쯤이야 닦으면 그뿐이지만
만지면 묻어날 이 아픔은
차마 말하기 조차 힘든것 같습니다
오늘은 비가 아침부터 많이 오는 날입니다
모처럼 아이들은 할머니랑 칼국수를 하기 위해
도마 위에 밀가루 반죽을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냅니다
어린 손녀들은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할머니.... 봐 봐..”
칼질을 멈추고 애써 치켜뜬 눈에
할머니 그리고 아빠 그리고 이쁜 손녀들을
닮은 인형이 한 곳에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왜 엄마는 혼자 돌아서 있니 “
라고 묻는 할머니 말에
“엄마는 불러도
은서와 나를 뒤돌아보지도 않고
멀리 뛰어 가버렸으니까... “
"엄마 뒷모습밖에 기억나지 않아.. "
아무도 몰라준 혼자한 아픔을
이제야 내보이는 손녀
밀쳐놓은 밀가루 반죽 위로
뼛속을 비워내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폐지일을 마칠 즈음
아픔조차 씻어내지도 못하는 비가 내립니다
예전 같으면 비를 맞고서라도
고물상까지 갔을 할머니지만
뒤에 앉은 손녀들 걱정에 서둘러
가게 처마 밑으로 리어카를 숨깁니다
‘할머니 나 배고파 “
“할머니,, 나도... “
얼렁 가게에 가서 컵라면 하나에 물을 부어와
손녀에게 건네는 할머니
사이좋게 나눠먹는 손녀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지 어미 아비가 있었더라면...”
「비야!
넌 무슨 아픔으로 날 이렇게 울리니」
모난 삶에 한숨 썩인 원망은
빗물 같은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맙니다
떠난이는 말이 없지만
남아있는 이에게는 지난 추억에 어리는 건
다 아픔이라 말합니다
비에 젖은 까만 밤이 주는
시린 추위에 떨며
걸어도 줄지 않는 거리를 헤매다
할머니 리어카에서 잠들어버린 손녀들
하나씩 업어다 눕히면 깰 만도 하것만
꿈속에서 엄마 찾아
잠투정하는 어린 손녀를 보며
핑그르르... 눈물이 도는 할머니
빈 가슴 내보이기 싫은 할머니는
지난 일 지우는 지우개라도 있으면
다 지우고
다 잊은 듯 살았으면 좋으련만.....
새벽이 미처 보내지 못한 둥근달을 보며
밤을 지새운 새벽이슬과 인사를 건내며
아이들이 잠든 새벽 하나라도
더 폐지를 줍기 위해 나온 할머니
자투리 시간을 별빛에 매달고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걸어가고 있습니다
숫한 지난 세월이 준 눈물을 다 딱기도 전에
또 오늘 하루 보태어질 눈물은
한숨 한숨 걸어가는 시간 위에 그려집니다
새벽일 나간 할머니가 돌아온 오후
한 줌 햇살이 내려선 단칸방에
쌓이는 낡은 시간들을 뒤로하고
세 사람이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할머니 생신이라
자장면 먹으러 가는 날이랍니다
"여기 자장면 세 개요“
모처럼 할머니 몫도 시켰습니다
자장면이 놓인 탁자 위로
은서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내어 올려놓습니다
"쌍화탕“
밤새 기침하는 할머니가 앓아누울까
생일선물로 사 왔답니다
탁자 빈 공간 사이로 엄마 아빠가 있는
하얀 슬픔이 가득한 가족사진도 놓아둡니다
“할머니
오늘 할머니 생신이니깐
엄마 아빠도 함께 축하해주러와준 거지,,
, 그렇지 “
“오냐.. 오냐... 고맙다”
벌써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엔
엄마 잃은 별 하나가 반짝거립니다
「살아보렵니다
절름발이 걸음일지라도
너네들이 필요한 순간까지 나는...
네 할머니니까...」
출처「노자규 웹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