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별편지
올 들어 처음
바깥바람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바람과 햇살이
이렇게 감사한 것인지....
가족들이 같이하는 소풍은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릅니다
안아주고 싶은
얼굴들이 많아서일까요
일어서 보려 하지만
진통제 없이는 한 시간도
버티기 힘든 상태라 이조차도
힘들어 보입니다
언제 다시 이들 앞에서
웃어볼 수 있을는지....
숱한 밤과 별을 건너온
목 끝에 걸린 아픔 때문에
한 걸음도 나아가질 못합니다
이미 먼지조차
안을 수 없는 가슴이지만
잊힘으로 사라져야 하는날들 위에
밤새 쌓인 마른기침 소리는
묶은 마음 한편으로 접어놓고
오늘은 또 어떤 가슴으로
남편을 안아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한 아내
손가락 접어 헤아려도
모자란 날들을 뒤로하고
가족들은 이제 헤어짐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선택하는 곳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
이라는 글이 새겨진 이 병실에는
네 명의 암 환자가 같이 생활을 하는
이별을 준비하는 병실 입니다
치료가 아닌 죽음을 기다리며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곳
안 아프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해보지만
통증 때문에 말 한마디도
하기 힘듭니다
빛을 기다리는
침묵같은 남편의 거친 손을
꼭 잡아주는 것이 아내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커튼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남편과 아내는
같은 아픔으로 울지만
같은 희망으로
또 하루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아직 남편의 손을
꼭 잡을 수 있어서 고맙다는 아내는
남편 앞에서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아보려 하지만
이 조차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눈물을 참는다고 멈춰지지 않는
시간인 걸 알기에...
빈집에 돌아와
곳곳마다 서려있는 추억들과
남편과 같이 봤던 드라마를 보다 아내는 울고 맙니다
40년을 잡아왔던 손을 놓는다는 게
아직은 힘이 드는 아내
쓸쓸함이 부딪힘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라도 붙잡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내일밤이
남은 까닭만으로도 감사하다 말합니다
내일은
누구의 가슴을
두드려야 할까...
오늘 이병실에는
두 개에 침대가 비어있습니다
빈 침대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
가슴 떨리는 불안을 안고
묵묵히 누워있는 남편
어제만 해도 같이 있었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모습에
아내도 남편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습니다
살고 싶다는 애타는 갈증으로
가슴을 치는 남편을 보다 지친
쓸쓸한 새벽이 되면
가슴속에 내려앉은 눈물을 헤아리며
그제서야 잃은 것을 기억하듯
말끔히 비워지는 새벽거리를 내려다보며
모두가 떠나버린 회색거리 한켠에
마음안에 여백을 남겨 놓습니다
이렇게 불면의 아픔이 스며든
이 밤이 남긴 것은 둘 사이에 침묵밖에 없지만
손을 잡고 말없이 서로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시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홀로 남은 남편
더욱 간절해진 아내의 기도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는 기도는
갈망이 되고
애절한 몸부림이 되어
새벽을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별의 순간이
한 발짝이라도 더디게 오기를...”
커다란 아기가 되어버린 남편을
면도도 시키고 멋있게 꽃단장을 시킵니다
늙은 아비의 얼굴에
매달린 눅눅한 삶이 보일까
아버지도 단 하루의
열정을 내어봅니다
가족들이 모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나누는 자리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가족사진이 걸리고
마지막을 나누기 위해 가족들이
다 모였습니다
말없이
둘러앉아 있는 가족들 앞으로
꼿꼿한 밥알이 목 끝에 차올르듯
아버지가 담긴 인생과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이 지난날로 넘겨진 장면되어
추억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슬라이드 사진들이
벽속으로 사라져갈 때마다
긴 침묵 위에 가족들의 빈 가슴은
뜨거운 눈물이 되어 담깁니다
자식이란 게 걸어가는 뒷모습만 봐도
마음이 짠하게 부모 맘인데
자신의 죽음 앞에 두눈 멀쩡히
울고 있는 자식들을 본다는게
그만 가슴이 메어와... 메어와....
눈물 하나 등불로 걸어놓고
잃어버린 시간을 더듬으며
딸이 아버지에게 다가가
이별의 편지를 읽습니다
‘아빠 딸이었서 감사했습니다“라는
글도 채 읽지 못하고 눈물을 편지에 떨구고 마는 딸
어떤 가슴으로 아빠를 안아야 할지...
쉽사리 손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와 딸입니다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차표라도 있다면....
아내가 편지를 읽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보낼...”
이란 글을 읽다 오열하는 아내
"여보 고마워요 "
"너무너무 사랑해"
좀 더 가까이 있어 주지 못한
마음의 눈물로 이별의 인사를
건네는 일이 너무나 힘든 가족입니다
“아빠 감사해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여보 잘 가....“
당신이 주신
내가 받았던 사랑을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나누며 살게요
출처/네이버 :노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