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로그인/노자규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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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로그인
논에 벼가 자라듯이
빽빽한 도심 속 도로에는
언제나 차들로 난리도 아닙니다
저마다
가야 할 이유보다
마음이 먼저 가다 보니
운전사들의 얼굴에는 짜증과
조바심이 눈밑에 걸려있고요
비가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털털한 웃음으로
도로 위를 누비는 기사님이 계셔
오늘의 주인공으로 모셔봤습니다
택시 지붕 위에서
합창을 하며
소란을 피워대던 소나기는 간곳없고
도로 위에는 햇살이
맘껏 드리워져 있습니다
택시들은 승강장에서
길게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한가로움이 그려진 시간
그때
황급히 차문을
열어 재치는 젊은 남자가
“기사님,,, 저저 죄송한데요
저 좀 태워주시면 안 돼요 “
“네 태워드려야죠,,,
어딜가시겠습니까 “
“ 저... 저 xx대학병원 응급실이요 “
시선은 밖에 두었지만
두 손은 졌다폇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질 못합니다
소나기의 향연이
다시 펼쳐지는 도로를
한참이나 달리든 그때
"저저ㅡ기사님
사실 할머니가 응급실에 실려가
무작정 기사님 택시를 탄 겁니다
죄송한데
제가 지금 차비가 없습니다
전화번호를 주시면 택시회사로 가서..
아니 ,,
계좌번호 주시면 송금해드리겠습니다
기사를 바라보며
애타는 눈빛을 보내던 젊은이는
"일단 제 신분증
여기 드리고 갈게요"라며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던지듯 내려놓고는
빗속을 달려 나가버립니다
멀어져 가는
젊은이를 행해 소리쳤습니다
그 소리에 순간
젊은이는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 조심히 천천히 가..
할머니는 무사할 걸세
힘내게 젊은이 ...“
기사를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함의
인사를 하며 되뇌었습니다
“당신의
그 따스함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수개월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땡볕이 거리마다 넘쳐나는 오후에
택시회사를 찾아다니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그때 무임승차를 하고 내린 젊은이가
그 기사를 찾고 있는 거군요
"이보게 젊은이
서울에서 김서방 찾길세..
이름도 택시회사도 모르고
사진도 없이 어떻게...
이 넓은
서울에서 그 기사를 찾겠는가..."
"그래도 꼭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다섯번의 여름이 더 지난 어느 날
한 경찰서에서 수갑을 찬 채
조사를 받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뒤늦게 아버지로 보이는
백발의 남자가
경찰관 앞으로 다가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애비 됩니다
이 애비가 못나
자식 놈을 못 가르친 탓입니다 “ 며
숙인 고개를 들고 마주 본 순간
어디선가 낮 잊은 얼굴입니다
아 그때 그 기사님..."
" 그 젊은이.."
한적한 장소에 마주한 두사람은
손을 놓지 못한 채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기사님,,, 워낙 겨를이 없어
택시회사나
차 넘버조차 기억해두질 못해...
그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
언젠가 만날 거라는 생각에
늘 가방 속에 넣어두었다며
5년 동안 간직해온
하얀 봉투를 탁자에 내어놓습니다
"나도 자네한테 줄 것이 있네 “
주머니에서 체온에 짓눌러려
주름지고 헤어진 하얀 봉투를
경찰관의 손에 건네면서
숨겨진 이야기
한 줄을 뱉어놓습니다
" 그날
건너편 버스정류장 앞에는
사람이 쓰러졌다.."라는
누군가의 외마디 소리에
웅성거리는 사람만 있을 뿐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는데
사람들 사이로 자네가 나서더니
인공호흡을 하는 걸 보았네
그런 사이
곧 119구급차는 도착을 했고
시간에 쫓긴 자네가 내차를 탄 걸세 "
그런 후
"자네가 그때 구해준 사람이 퇴원 후
경찰의 도움으로 날 찾아 왔었네
자네에게
꼭 전해주라며 이 돈을 준걸세
신분증을 들고 찾아갔더니
자넨 이사를 한 후더군 “
그리고
"그 택시비는 이미 받았네
내 가족의 위급함 앞에서도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마음과
고마움을 갚을줄 아는
그 정직함으로 말일세"
고개만 숙이고 있던 경찰관이
“아드님 일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제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
“괜찮네
죄를 졌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백발의 기사는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아들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만을 남긴채
한줄기 외 바람이 휩쓸고 간 거리를
쓸쓸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