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
「난 당신의 그림자 조차
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
이제 당신 하고 싶은데로 하고 살아
나는 늘 혼자였고
당신은 늘 그랬으니까.....」
남편의 직업은 사진작가
아내는 예쁜 꽃가게를 하며
프리지어 향기 흩날리는
설렘에 부푼 바람을 안으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생일 케이크 같은 달콤한
아내의 미소와 함께 시작되는 아침
비록 둘 사이에 아기는 없었지만
눈부신 빨래가
햇살 고운 하늘가에 널려있듯
늘 따뜻한 가슴으로
대할 수 있는 짝이 있다는 것 만으로
그들은 충분했으니깐요
결혼 3년 차가 넘어서 부터
남편은 돈을 벌어
꼭 생계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이 하루를 그냥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보내며 살았습니다
늘 주위엔 친구들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새벽을 넘겨 집에 들어오는 일은
다반사가 된 지 오래
별일 없이 취미가 되어버린 직업은
여행을 다녀야 영감이 떠오른다고
카메라를 훌쩍 매곤 정처 없이 떠돌다
마음 내키면 들어오는 곳이
집이 되어버렸습니다
늘 하루분의 불규칙한 일상 앞에
저축한 돈도 생활비도
바닥이 난 어느 날
김치 하나에 맨밥 하나가 딸랑인
식탁 앞에 두부부는 앉아 있습니다
숟가락을 집어 던지듯 내려놓고는
말없이 나간 남편
새벽이 아침을 맞이할 시간 위에
펼쳐진 고독의 나부랭이 들 위로
핸드폰에 울려 퍼지는 메시지
“**단란주점 380000원”
밤새 어울리며 친구들과 술을 마신 것이었습니다
때지난 저녁이 지나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남편을 뒤로하고
가게로 나설려는데
남편의 전화기에 울려 퍼지는 문자음
또 무슨 사고를 쳤나 싶어 열어본 순간
깊고 찐한 한통의 러브레터가
눈을 파고 들오는 순간
남편의 손이
핸드폰을 냉몰 차게 뺏았어 가버립니다
“왜 남의 핸드폰 뒤지고 난리야
당신 그런 사람이야
그 정도 수준밖에 안돼 "
"그래요
난 그런 사람이고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여자예요
여행 다닌다고...
친구 만난 다고...
애인 만든다고....
참 고생하셨네요
집에 쌀이 있는지
전기세가 얼마나 밀렸는지
당신.. 알기나 하냐고요 "
사랑의 불성실함을 알지 못하였든
아내는 쏟구 쳐 오르는 감정들을 수습하기엔
너무 지쳐버린 것 같습니다
지갑에서 잔돈푼을 끌어모아
소주 한 병을 싸서 가게문을 걸어 잠근채
깡술을 마셔버립니다
머언곳에 시선 박아놓고
헛된 말과 섣부른 몸짓으로
이기심으로 뭉쳐있는 남편을 원망해 봅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걸까
가게 안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린 자신을 추스르곤 집으로 향합니다
슬픔을 머금은 하늘이 잿빛으로 변해가든 저녁
방문을 여는 순간
우리 아기 생기면 아기를 위해
쓸려고 모아둔 돼지저금통이
배가 갈라진채 널버러져있습니다
사랑이 다치지 않기만을 바랬든 아내는
내밀한 입김으로 다가오는
남편의 사과 한마디 없는 몸짓에 대한
원망으로 골이 깊어진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꼿발을 들어도 살기 힘든 이현실 앞에
아내의 무너져 내린 가슴은
따뜻한 물 한 모금 조차 마시기 힘들어 보입니다
밤새 밀려오는 통증에
새벽을 다 지워버린 아내가
아침 일찍 찾아온 곳은 병원
“아니 여태 이렇게
망가질 때까지 뭐하셨어요”
보호자 분과 함께 오셔서
수술 날짜 잡도록 하셔요 “
위급합니다 “
아내가 절망을 매달고 나선 병원을
한참이나 뒤돌아보고 서습니다
순간순간 다가오는 고통 앞에
가족이란 핑계로 만들어지는
남편의 이기심을 원망한 채 말입니다
디리리릭..
현관문 소리와 함게 서있는 남편에게
“당신 그기서서 내말들어
난 당신의 그림자 조차 될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애
이제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
나는 늘 혼자였고
당신은 늘 그랬으니까.....“
삶의 또다른 이름을
아픔이라 말하고 싶은 아내앞에
늙은 고목처럼 무심한 듯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남편
아내는 그동안
손때묻은 가구와 그릇들을 매만지며
다시 돌아올수 없는 선택을 아쉬어하며
지친 걸음걸이 마다
지나는 바람이 밀어다 줘
친정엄마 홀로 사는 집에 올수 있었습니다
“아니 어쩐일이냐
이 가방은 또 뭐구“
“엄마 한서방
외국 출장갔어 서너달 있어야 와
그동안 엄마랑 지낼려구..
엄만 안좋아...딸이랑 지내는게...“
엄마랑 모처럼
시장에 들러 장을 보는 모녀
포근하고 따스함을 시장바구니에 매고
집으로 돌아온후
이것저것 분산스럽게
김치며 밑바찬을 만들어나가는 딸
“아이구 누가 다 먹는다구
이렇게 많이 하냐
뒀다 한서방 오면 가져가 먹여“
“엄마 걱정마
우리집엔 먹을게 엄청 많아
이건 오래오래 엄마가 드셔...“
수많은 시간을 걷너간 자리
하루살이 별들이
새벽마다 사라지는 이유를 찾듯
남편의 그림자가
아내의 친정집 대문앞에 서성입니다
머뭇거리다 대문벨을 누르는 남편
“누구요“
하는 낮익은 목소리에
두눈을 치켜떠며
“어머니..접니다 한서방”
작은 다과상을 마주하고 앉은
장모님 넘어로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남편의 눈동자
"장모님..
수애는...잘지내죠..
언거푸 낮은 음성으로
“지금 어디갔나요..."
말없이 눈물을 훔치며
차마 말을 잊지못하는 장모님
‘하늘나라로 가보게“
혼자 힘들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자네가
늘 바쁘께 일한다구
연락도 하지못하게 했네
혹
자네가 찾아 오면 주라고 하면서...
나에게 이걸 맡기고 눈을 감았어"
장모님이 내민 것은 아내의 핸드폰
동영상 한편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여보
당신이 이 편 지를 읽을 때쯤이면
아마 난 하늘나라에 있겠지
그대라는 쉴 곳을 만들어 준
참 고마운 사람
당신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지만
행복했든 날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갈게
내가 당신 곁을 떠나 온건
내 병 때문이었어
나 때문에
자유로운 당신까지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았어
그래서 이혼을 원했던 거였구
................ 어차피 인생은 타인이니까.....
수의 대신
당신이
첫 월급으로 사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떠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당신
꼭 행복하게 살다와.... 」
더 이상 읽어 내려가지 못한 채
두 손으로 밑뿌리 고단한 머리칼을
한 움큼 움켜쥐며 오열하는 남편
그 눈물길 따라 한스럼으로
같은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엄마의 아픔은 머물 곳이 없습니다
세상을 먼저 떠난 자는 말이 없고
남겨진 자 에게는 때늦은 눈물 뿐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남편의 생일입니다
구석진 방 한편에서
소주에 김치 한 조각으로
설움을 날려 보내는 것 같습니다
남편의 눈물 아래로 울리는 문자음
네모난 하얀 편지가 남편 눈에 들어옵니다
아내에게서 온 문자메시지
“ 생일 축하해 “
못 챙겨줘서...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꼭 미역국 끓어먹어...
술만 먹지 말고...
당신 생일까지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죽어가는 순간에서도
예약 문자전송으로
남편의 생일을
기억한 아내의 배려 앞에
남편은 망부석이 되고 말았습니다
볼이 없고
답장이 올리 없는
아내의 핸드폰에
문자를 보내는 남편
“여보 나야
잘 지내지
고마워 생일 챙겨줘서..
미역국 보다 더 따뜻한 당신을 마주 한 것만으로도
난 참 행복한 남자구나 생각했어
티브를 보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혼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하지만 혼자서 좀 더 해볼게
하늘에서
바라봐 주는 당신이 있으니까....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
「비는 까닭 없이 늙어가는 자의 눈물이다
그녀는 떠났다
이별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구구절절한 까닭으로..
고문이다
너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일상이...
나와 5년 반을 살고
6년을 채우지 못한 채 너는 떠났다
이후 나는 사진기를 다시 들었고
셔터는 그녀를 향한 편지가 되었다
한 장의 사진은 찰나를 기록하지만
그 안에는 함께 했었던
그리고
함께 하지 못할 시간들이 담겨있다
세상 모든 사람 중에
한 사람만을 위한 사진
이 사진집은
그 시간 들을 각인하는 작업이며
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공표이다 」
그는
그 후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었고
개인전에서 올린 글이다
“ 시간........ “
그것은 죽은 아내가 남기고 간
“깨달음“이라는 선물은 아니었을까
「출처/노자규 웹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