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남편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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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남편
푸른 잎 사이로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아침
행복을 안고 남편과 저는
방이 세 칸인
전셋집을 얻을 기대감에을 안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여보.. 꿈 아니지,... “
햇살은 그대로이듯
6년 동안
밤낮없이 일한 우리 부부에게
이 같은 행복은
다시없을 것 같다 말하며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사 준비로
밤늦도록 그릇들과 씨름을 하며
힘들 줄도 모르고
새집으로 이사 갈 벅찬 마음에
자리에 누워서도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아빠가 오늘 왜 늦지....
전화 한번 해보렴 “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술취한 밤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남편
거나하게 술이 취한 모습을 보며
오늘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라며 나간 남편이
축하주를 얼마나 받았는지
가늠이 되어 보입니다
“뭐라고요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우리 가족에게 생명줄 같은... “
“며칠만 기다리면 갚아줄 거야
여보 일단 며칠만 기다려보자... “
아내의
수술비가 없다는 친구 부탁에
집이 곧 팔리는 대로 갚아준다는
말만 믿고 덜컥 빌려주고 온 남편
상처로 물든 하루는
멍으로 얼룩진 가슴에
나이테가 되어버렸습니다
우울한 햇살이 퍼질러진
시간이 흘러도
빌려준 돈은 받아 오지 못한 채
매일 밤 술에 취한 남편만
문풍지에 바람 들락거리듯
말없이 들어왔다
소리 없이 출근해버리는 날들로
쌓여만 가고
남편은 행복이라도 주우려는 듯
땅만 보고 걷는 날만
되풀이되고 있었습니다
남 앞에 싫은 소리 한번 못하는
남편의 성품을 아는 전
직접 나서
남편의 친구를 만나러 나갔지만
빈 가지만
붙들고 슬피 우는 새처럼
저는 무엇하나 되돌릴 수 없다는
허탈감에 빠져
초저녁 기울인 소주잔에
눈물 콧물을 한 아름 안고
만삭이 된 두루마리 휴지를 껴안은채
잠들어 버렸습니다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하자”
출근하는 차 안에서
고개는 먼 창밖을 응시한 채
던져놓은 말이
차 안을 뛰어다니고 있을 때
등교하기 위해 타 있는 딸아이가
엉뚱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합니다
“ 엄마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뭐로 태어나고 싶으세요 “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낮과 밤을 자르듯
저는 대답을 해버립니다
“부자”
헛으로 뱉어놓는 말이
아닌 걸 아는 남편은 그 말에
실없이 웃다 숨어버린 달처럼
고개를 숙여버리고 맙니다
“아빤.. “
두어 정거장을 지날 때까지
대답이 없던 남편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리려는 순간
“당신 남편”
지하철을 타러
계단을 내려가던 저는 눈물로 가려진
계단 중간쯤에서
타고도 모자라 재 조차도 태워버린
남편의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저를 탓하면서
절망을 쓸어 담은
남편의 빈어깨가 떠올라
한참을 서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웃으렵니다
우리 가족
바둑알처럼 단단해질 그날을 위해
오늘 퇴근을 하면
남편이
좋아하는 오징어볶음 만들어서
술 한잔 하렵니다
그리고
남편을 손을 꼭 잡고 말해줄래요
다시 태어나면
“부자”가 아니라
“당신 아내”로 태어나고 싶다고요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