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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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행복
거리에 햇살조차 머물지 않는
반 지하방이 부부의 보금자리입니다
남편은
휠체어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도 없고
아내는 희미한 빛만
감지하는 시각장애인입니다
가진 거라고는
오백만 원 보증금에
오만원의 달세를 내는 형편이지만
퍼내고 퍼내도 다시 모이고 채워지는
그 사랑이 있기에
버텨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부에게도
산 하나로 앉힌듯한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전재산인 오백만 원도
당장 거처할 곳도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반지하 단칸방에도
햇님이 주는
세상 시계는 똑같이 흘러가나 봅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
두 사람에게
남은 돈은 이제 팔천 원이 전부입니다
“오늘 당신 생일인데 미안해 여보..”
“생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요
태어난
매일매일이 축복이고 생일이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남편의 마음을
애써 헤아리려
무슨 말이라도 하려 하는 아내가
더 가슴 아픈 남편입니다
가난하지만
서로의 하늘을 날 수 있기에
없는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이라도 끓여주고 싶은 마음에
“여보 읍에 있는
마트에 날 좀 데려다줄 수 있겠어”
“ 오후에 대설주의보가 내린다는데
그럼 서둘러 갔다 와요”
휠체어에 남편이 앉자 뒤에서 미는 아내
아내는 앞이 보이지 않기에
남편이 말하는 대로 움직일 뿐입니다
얼기설기 가는 걸음이라도
기대고 마주보는 서로가 있기에
행복실은 이길에 지나는 바람까지 밀어주어 마트에 도착했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발길이 멈춰 선 곳은
돈가스 가게 앞입니다
꼭 한번 먹어 보고 싶다던
아내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여보!
당신 돈가스 먹고 싶다 그랬지
“돈이 얼만데,,, 그냥 가요,”
남편은 아내를 식탁에 앉힌 뒤
주인에게 다가가
주문을 하고 아내와 마주 앉습니다
잠시 후 나온 돈가스는
“하나”
남편은 아내가 먹기 편하게
고기를 썰어 내밀어줍니다
“많이 먹어.. “
“당신은... “
“내 것도
시켰어니 걱정 말고 많이 먹어... “
남편은
아내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단무지를 씹으면서 말이죠...
이제 남은 돈은 삼천 원
그 돈으로 식육점 앞에 멈춰 섰습니다
남편은 말없이
직원에게 삼천 원을 내밀고선
눈짓과 손짓으로 아내가 듣지 못하게
(삼천 원어치만 줄 수 없나요?)
라고 사정을 해 보입니다
직원은 남편의 마음을 읽고선
“ 마침 잘 오셨어요
지금 행사 중이라
오전에 오신 손님들에게
할인행사를 하고 있답니다 “
하면서
만 원짜리 제품을 포장해 넣어줍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말과 함께요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든 남편은
삼천 원의 행복을 가슴에 꼭 품고선
쥐고 있는 손보다
펴고 있는 손으로 마주한
이행복에 감사하며 마트를 나섭니다
눈이 올렸는지 하늘이 잔뜩 흐립니다
골목을 지나 버스정류장을 지나칠 무렵
땅바닥에 봉투가 떨어져 있습니다
“누가 이런 걸 길에다 떨어뜨렸지,,,”
하며 열어본 순간
백만 원 뭉치가
다섯 다발이 들어있었습니다
“여보,,, 왜 그래요
장애물이 나타난 거예요 “
“아니,, 그게 아니라
누가 길에다 돈을 떨어뜨렸지 뭐야...
그것도 오백만 원이나 되는 큰돈을.... “
순간 부부에 마음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 돈이면
길바닥으로 내쫓기지 않아도 되는데.... “
하는 마음이 부부 마음에
잠시 머물다 지나갑니다
“여보
저기 길모퉁이
지구대로 가서 주인을 찾아줍시다 “
“네 그래요... 잘 생각하셨어요”
그렇게
부부의 착한 마음이
깔아놓은 비단길을 사뿐히 밟으며
지구대에 도착합니다
자초지종 얘기를 하고 있는 순간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죽을듯한 숨을 몰아쉬고
문을 박차고 들어옵니다
“아이고,,, 선상님,,, 들
우리 손자 놈 대학 등록금을
잃어버렸는데 어쩐데요.. “
그렇게
주운 돈은 주인을 찾게 되었고
사례를 한다는
할머니를 한사코 만류하고
문을 열고
나서는 부부의 머리 위로
새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때
경찰관이
이대로 가시면 눈이 쌓여 고립된다며
“타세요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
금방 눈이 쌓여
강을 이룬 것 같은 풍경앞에
집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이지만
더 이상 차로도 갈 수가 없는듯합니다
“어떡하죠,,,”
난감해하는 경찰관에게
“여기서 저희가 알아서 가겠습니다
태워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휠체어에
남편이 앉자 집으로 향해보는 아내
10m도 나가가지 못한 채
쩔쩔매는 부부 앞으로
차 트렁크에서 무언가를 꺼내 든
경찰관이 나섭니다
“천천히 절 따라오세요 “
안내 표지판으로
일일이 눈을 쓸어내며
부부가 나아갈 수 있게
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경찰관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걸어갈 수 있었구요
고비를 넘긴 부부가 멀어진
경찰관을 행해 가볍게 인사를 건넵니다
“고맙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부부가 사라져 갈 때까지
차에 불빛은
부부를 말없이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행복 안에서
부부가 서로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행복한 마음을 만들어 내는
“배려“가 아니었을까요...
출처/노자규 웹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