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 내아빠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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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 내아빠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구두 쇠래요
화장실 휴지는
세 칸 이상 못 써게 하고요
세수한 물도
함부로 못 버리게 하세요
누가 짠돌이
우리 아빠 좀 말려주세요)“
파란 하늘이
오늘이 일요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해맑은 오후
저와 제 쌍둥이 언니는
구두쇠 아빠 때문에
늘 불만이랍니다
아빠에 대한 불만은
햇살로 다려도
잘 펴지지가 않는다는 게 문제겠죠
그런데
저희 엄마 태도가 더 문제랍니다
그런 아빠를 보고서도
늘 웃음으로 대하는 엄마가
더 이해가 안 된다고 언니는 말해요
“엄마 ,,
엄마가 아빠 좀 말려주라....”
“아껴서 남 주니
다 너네들 좋아라고 하는 거니깐
아무 말들 말아요.. “
저희 엄마는 이런 다니깐요
속 터져 죽겠어요...
언니랑 청소를 하다
우연히 아빠 엄마 통장을
보게 되었어요
여러 번 반복해서 인출된 돈들을 보며
아니.. 엄마 아빠는
이렇게 돈을 물써듯하시면서
우리보곤 아껴라 절약해라만 하시니
오늘은 언니랑 저랑
마음 크게 먹고 심호흡하면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어요
밥도 안 먹고 투쟁하려고요..
머리띠도 두러려다가,...
그건 관뒀어요
“언니 쫄면 안돼... 알았지 “
“띵동.. 띵동 “
언니가 먼저 띄어가네요
역시 언니는 뭐가 달라도 다른가봐요
"아빠 오셨어요
오늘도 더운데 수고 많았죠..
얼렁 싯고오세요
과일주스 만들어드릴게요... “
아.. 이런 걸 두고
배신이라 말하는 걸까요
울 언니
제게 메롱 하며 혀를 내밀고선
부엌으로 달려가네요
이래서
오늘 준비한 파업도 투쟁도
믿었던 언니의 배신으로
망쳐버렸습니다
엄마는
제가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요구르트 아줌마로
온 동네를 누비셨고요
아빠는 오랜 고물상 일로
손등에까지 굳은살이 박히셨답니다
여름비가 녹슨대지를 한가로이
걸어 다니던 때늦은 저녁
시계는 12:00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 시간 전부터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언니는 안절부절이고요
그때
울리는 전화 벨소리
아빠 고물상 일이 많아 좀 늦을 것
같다는 엄마의 전화였죠
묵연해진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아
언니랑 아빠가 일하는 고물상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작업등이 켜진 고물상에는
번잡스러움이 이 밤을 붙들고 있었고
빗줄기에 어렴풋이 보이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
그만 눈가에 맺힌 눈물이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고 말았어요
온 비를 다 맞으며
비에 젖은 폐지와 고물들을
차에 옮겨 실기 위해
억척같은 몸짓으로 일하고 계시는
모습이 저를 철들게 했기 때문예요
“여보 잠깐 쉬고 하세요” 라며
팔다 남은 요구르트 하나씩을
쏟아지는 빗속에서 물고 있는
아빠 엄마의 눈과
그만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비 오는데 여기 웬일이여
울 공주님들
얼렁 들어가서 공부나 혀“
아빠의 근심에 떠밀려
집으로 돌아오는 우산 속에서
언니와 저는 서로 고개를 돌려가며
눈물을 닦아야만 했습니다
우산 속에서 언니와 저는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답니다
“앞으로 절대 아빠를
구두쇠라 말하지 않기로요 “
주름진 어둠이 걷히고
고추잠자리가
하얀 웃음을 머문 아침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거리를
엄마랑 아빠랑 언니랑
같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 복장이 평소와는 너무 달라
아빠 엄마,,,
오늘 두 분 결혼기념일 인가 하고
되짚어봐도 아닌 것 같은데
궁금하면 못 참는 언니가
먼저 말을 건넵니다
“두 분 오늘 데이트하세요..”
“그래
오랜만에 아빠랑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런 게 어딨어요
우리랑 같이 가요.... 네..”
빗장을 푼 시간이 흘러
수업시간이 끝난뒤
행사가 있다며 강당에
집결하라는 교내 안내방송을
따라 모인 곳에는
장학금 수여식이 있나 봅니다
하나 둘 교장선생님에게
장학금을 전달받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라져 갈 때
“10년간
우리 학교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보내어주신 분에 대한
감사장을 수여하겠습니다 “
라는 말과 함께
단상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어디서 참
많이도 본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이 났어요
“우리 구두쇠 아빠잖아요
헐... 대박..”
연이어 올라오는
엄마의 모습에 저와 언니는
"아빠 미안해요
제가 못나 아빠를 미워했어요"라며
속으로 속으로 소리치며
알수없는 행복감에 젖어오는
눈물을 서로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고물상에서
엄마는 요구르트 행상을 하며
행복을 퍼 나르고 계셨든 거였어요
"이만하면
우리 엄마 아빠 참 멋진 분들이시죠 “
곧 여름방학이 오면
언니는 아빠를
저는 엄마를 돕기로 했어요
물론
아르바이트비는 받아야지요
그 돈에서 절반을 뚝떼서
엄마 아빠랑 같이
나눔에 동참하려고요
하얀 아침과
숨바꼭질 하던 고추잠자리가
행복을 뿌려주는 이 길에
손등에
사랑의 굳은살이 박인 아빠 엄마가
만들어주신 이행복을 감사히 간직할게요
참!
“소중한 건 늘 가까이 있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