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한잔이 약이 되고 지우개가 되고
고단한 하루의 끝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되니
술한잔 하고 싶다
사소한것도 몰라주는
가까운 이에게 닫혀진 마음을
이비에 쓸어내리고 싶어져
초저녁잠 곤히 자는 아내 지갑에서
만원짜리 두장을 꼬불쳐 집을 나선다
오늘은 이밤에
하든일 재쳐두고 술한잔 하고싶다
얼기설기 모여
파도에 꿀렁거리는 작은배들 사이로
늘어선 빨간 천막집 포장마차
오고가는 사연과 애환을 담는 빨간우체통 같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는
손가락이 되고
포장마차 지붕은
피아노 건반이 되어
고단한 하루를 노래한다
소주잔에 “꼴꼴꼴”
따르는 맛이 괜찮다.
소주 한잔으로 속을 지지니
술한잔이
오늘은 약이 되고 지우개가 되리라
실컷마셔도
추한꼴 기억하는 이도 없고
오늘은 권할이도 없어 홀로 마신다
술한잔이 친구보다 따뜻하다
저울질 하는 친구보다
때론 혼자하는
술이 나을때가 있다
빨간 사랑방엔
저마다의 사연들이
연탄불에 전어 굽는
연기따라 피어나고
백열등이 그네를 탈때마다
애환의 그림자가
사람과 사람사이
안주와 술잔 사이
에 베어든다
꽃같은 청춘은 멀리가고
서러움 남는날
괜시리 지나간 일들을 꼽쉽게
되는가 보다
술잔에 썩인 넋두리는 늘어만가니
내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반이다
독한 어둠이 내려앉은 이 도시에
내 쉴곳이 어디메요
잔 잡고 달에게 묻는다
뭐가 그리 힘들었냐고 !
목마른 세월 안고 살다보니
삶의 무게 느껴지는 하루의 끝에서
인생은 짧지만
술잔을 비울시간은 충분하다
사람은 술마실땐
누구나 시인 아니든가
이제는 이기지 못하는 술기운
그래서
더슬프다
"남들에게 내가
들여다 볼것이 많은 사람이였어면 좋겠다"
출처「노자규 웹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