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기에 더욱 더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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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기에 더욱더
어둑해진 거리엔
비가 뭉텅뭉텅 내렸다
다시 보슬보슬 내리는
비의 변덕스러움에
가게 창밖으로 물 끄러니
비와 우산들의
향연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따르릉”
아내의
전화를 퉁명스럽게 끊고 난 뒤
다시 울리는 전화였습니다
" 제 남편의 컴퓨터가 고장이 났어요"
“출장비 삼만 원이고요
부품 교체 시
별도 요금을 받아야 합니다 “
잠시후
거리에 누운 어둠을 헤치고
길을 안내하는 라이트 불빛 따라
도착한 곳은 마을에서 외진 산 밑에
한가로이 서있는 집 앞이었습니다
가난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가구들 사이로
누워서만 생활할 수밖에 없는
남편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컴퓨터였기에
아내는
저를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수리하는 동안
가만히 누워있는 남편에게
“그냥 있기가 힘들죠
조그만 기다리세요
기사님이 곧 수리해주실 거예요
하루 종일
누워 컴퓨터만 하는 남편이
좋을 리 없겠만은
살갑게 대하는 아내에
마음씀에 저는 한번 놀랐습니다
수리되는 동안
남편 다리를 주무르는
아내를 힘들게 하는
자신이 못나 보인다는 남편에 말에
“언제 제가
서있는 당신만 사랑했나요
누워있는 당신도 사랑한답니다 “ 는
말에 저는
두 번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수리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고장 난 부속을 교체하고선
교체한 부품을 가방에 말없이
넣은 후
“부속들이 아직 쓸만하네요
이대로 사용하셔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여자분이
내민 출장비는
방금 저금통을
깬듯한 돈들이 전부였습니다
"마침 이 마을에
컴퓨터를 납품하는 길에 온 거라
따로 출장비는 필요 없습니다"
라고 말한 뒤
돌아서는 제눈에
현관 옆에 있는 전화기 위에 붙은
조그만한 액자를 보고
저는 세 번째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액자에는
이런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오늘 당신은 아내의
하루를 물어본 적은 있나요"
아침에
전화로 아내에게 짜증을 낸
제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괜찮다고 들어 가시래도
고맙다며 온 비를 다 맞으며
제차가
멀어질 때까지 서계신 모습에
저는 알 수 없는 기쁨으로
제 심장은 꽉 차 오르고 있었습니다
남들이 나보다 훨씬
행복할 거라는 착각을 하며
늘 아내가
부족하다 생각하며 산
자신을 돌아봤던 시간속에서
"당신 오늘 고생했어"
"잘했어 고마워"
"내 탓이지 뭐...;
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당신이 뭘 알아서..”
"너 때문이잖아"라고
지금까지 나만 위하고
나 위주로 살아왔기에
이제부터
아내를 위한 작은 마음
“왜”가 아니라
“그랬구나....로
제 아내의
행복 포인트를 바꿔 주려합니다
“가까이 있기에 더욱더”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